퍼거슨 감독이 사실상 결승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번 경기는 맨유와 아스날 두 팀에게 있어 중요한 경기였다. 첼시가 한경기를 덜 치룬 상황에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기에 맨유나 아스날 두 팀중 패배한 팀은 향후 첼시를 따라가는데 있어 힘에 부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스날은 비록 홈경기이긴 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FA컵에서 스토크 시티에 패하며 탈락한데 이어, 아스톤 빌라와의 리그 경기도 무승부에 그쳤었다. 반면, 맨유는 헐 시티와의 4대0 대승에 이어, 칼링컵에서도 맨시티에 3대1로 승리하며 분위기가 한껏 올라온 상태였다.


아스날을 상대하는 퍼거슨의 전술은 역시 4-3-3 이었다. 박지성-루니-호날두를 최전방에 세우며 톡톡히 재미를 봤던터라, 최근 포텐이 터진 나니에게 호날두의 역할을 기대하며, 박지성-루니-나니를 최전방에 내세웠다. 중앙엔 플레처-캐릭-스콜스가 나왔으며, 포백엔 에브라-에반스-브라운-하파엘이 짝을 맞췄다. 아스날도 표면상 4-3-3으로 나오긴 했지만, 실질적으론 아르샤빈만 최전방에서 볼을 잡아줄 뿐, 다른 선수들은 미들에서부터 패스를 통해 서서히 올라 갔다. 그리고 솔 캠벨은 나오지 않았다.

경기 초반은 아스날에선 아르샤빈이, 맨유에선 나니가 공격을 주도해 나갔다. 아르샤빈은 빠른 발을 이용해 하파엘과 브라운을 따돌리며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해 나갔다. 돌파 후 슈팅까진 공격이 이어졌지만, 끈질긴 수비에 정확한 슈팅으로 마무리 짓진 못했다. 맨유는 나니에게 볼을 집중시키며 나니의 개인 돌파와 크로스를 이용해 공격해 나갔다. 나니가 사이드에서 루니와 박지성에게 두차례 밀어주긴 했지만, 앞선에서 수비가 먼저 걷어내며 기회를 잡지 못했다.

▲ 절묘한 칩샷 크로스로 자책골을 유도한 나니 ⓒ 스카이스포츠


하지만, 결국 계속된 나니의 돌파로 직접 선제골을 뽑아냈다. 마치, 호날두를 연상시키는 듯한 멋진 개인기로 말이다. 클리쉬와 나스리의 협력 수비 사이에서, 호날두가 드리블 중 방향을 전환할 때 자주 쓰던 백숏으로 볼을 쳐내며 돌파한 뒤, 데닐손마저 제치고 중앙으로 칩샷성 크로스를 올렸다. 이에 알무니아는 볼을 쳐낸다는 것이 그만 자책골로 이어지고 말았다. 사실, 알무니아의 자책골이 아니었더라도 위치상 박지성에게 연결될 수 있었던 찬스였다. 실점이후 아스날은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오히려 추가골로 이어지며 분위기는 순식간에 맨유로 기울어져 버렸다.

왼쪽에서 파브레가스의 슈팅이 빗나간 이후 아르샤빈과 갈라스가 오른쪽에서 공격하다 차단되자, 맨유는 역습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만들어 냈다. 박지성이 차단된 볼을 루니에게 정확히 연결해 줬고, 루니는 빠르게 공간으로 들어가는 나니에게 패스를 넣어줬다. 이에 나니는 볼을 치고 달리다가 중앙에 쇄도하는 루니에게 정확히 패스를 넣어줬고, 루니는 논스톱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박지성은 직접적으로 골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나니가 치고 달리는 과정에서 박지성은 왼쪽에서 쇄도해 들어가며, 수비를 분산시켜줬다. 베르마엘렌은 박지성 쪽을 커버해 들어가다 공간을 내줬고, 루니가 그 공간으로 순간적으로 들어가며 슈팅 찬스를 만들어 냈다.

▲ 득점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루니의 한방 ⓒ 스카이스포츠


전반 36분 만에 스코어가 2대0으로 벌어지자, 아스날은 스스로 흔들리고 있었다. 갈라스와 송 빌롱은 루니를 앞에 두고 안일한 볼처리로 뺏기고 말았고, 루니를 중앙에 있던 스콜스에 내줬고, 스콜스는 쇄도하던 나니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 줬지만, 나니의 슈팅은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나니의 슈팅은 비록 빗나갔지만, 전반에 보여준 나니의 활약은 호날두의 재림이라 할 정도로 돋보였다. 특히, 역습에서의 공격 속도는 호날두가 있던 그때 못지 않았다.

전반이 나니의 활약이 돋보였다면, 후반엔 박지성의 활약이 돋보였다. 상대가 만회골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자 적극적으로 수비가담을 해줬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골까지 만들어 냈다. 상대 공격이 차단되자, 루니와 캐릭이 주고 받으며 패스를 하다, 공간으로 빠져들어가던 박지성에게 로빙으로 볼을 넘겨줬고, 박지성은 단독 돌파이후 깔끔한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당연히 중앙의 루니나 반대편의 나니에게 넘겨줄 것이라 여겼던 상황에서 자신감있게 돌파해 들어가 직접 마무리한 침착성이 돋보였다.

▲ 박지성의 깔끔한 마무리, 리그 1호골 성공! ⓒ 스카이스포츠


이후에도 아스날은 주도권은 잡고 있었지만, 결정적 찬스는 잡지 못한 채 오히려 맨유의 역습이 휘둘리고 있었다. 아스날은 공격의 변화를 위해 월콧과 벤트너를 투입했지만, 좀처럼 골로 연결되진 못했다. 월콧의 스피드는 굉장했지만, 아스날의 공격이 맨유에 호날두가 있던 시절처럼 한 선수에게 집중시키는 패턴이 아니라, 월콧이 볼을 잡는 횟수는 그리 많지 못했다. 코너킥 찬스에서 흘러나온 볼을 베르마엘렌이 하프 발리킥으로 득점에 성공하긴 했지만, 거기까지 였다. 계속된 공격에도 아스날의 슈팅은 아슬아슬하게 맨유의 골문을 비켜나갔다. 결국 맨유는 긱스에 이어 베르바토프와 발렌시아까지 교체하는 여유 속에 3대1 대승을 거뒀다.

▲ 스카이스포츠 메인을 장식한 박지성 ⓒ 스카이스포츠 캡쳐


맨유 팀으로써도 그렇고, 박지성으로써도 그렇고,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력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역습시 빠르게 치고 들어가며 패스를 주고 받다 마무리 짓는 장면은 마치 나니에 호날두가 빙의된 듯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나니의 폼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면, 진정 포텐이 터진 것이라면, 앞으로 나니의 활용도와 함께 박지성의 전술적 역할도 분명해 질 것이며, 맨유로써도 나니를 투입할 때와 발렌시아를 투입할 때에 맞춰 다양한 전술을 선보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여러가지로 맨유에겐 얻은 것이 많은 경기였다. 이로써 첼시 54점, 맨유 53점, 아스날 49점이 됐다. 물론 첼시는 한경기 덜 치룬 상황이다.

[09/10 EPL 24R] 아스날 vs 맨유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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