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이 힘겨운 산을 하나 넘었다. 일단, 좋지 못했던 분위기를 제라드가 없는 상황에서도 반전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이로써 첼시, 맨유, 아스날 모두 2패를 기록하게 됐고, 리버풀은 4패 속에서도 리그 우승이라는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제라드의 출장을 힘들어 보였지만, 그나마 토레스가 나온 것이 리버풀엔 큰 위안이었다. 제라드가 나올 수 없었던 리버풀은 4-4-2를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토레스와 카윗을 세웠고, 미들엔 아우렐리우, 루카스, 마스체라노, 베나윤을 세웠다. 포백은 인수아, 캐러거, 아게르, 글랜 존슨으로 구성했다. 맨유는 루니가 부상에서 돌아와 베르바토프와 투톱을 세웠으며, 긱스, 스콜스, 캐릭, 발렌시아를 세웠다. 포백은 에브라, 비디치, 퍼디난드, 오셔로 큰 변화가 없었다.

리버풀은 승리에 목 바른 듯, 경기 초반부타 강한 압박으로 공수 간격을 좁혀나가며, 맨유를 압박했다. 리버풀의 숏패스는 어느정도 연결 고리를 찾아갔지만, 맨유는 그런 속에서 숏패스보단 루니와 베르바토프를 겨냥한 롱패스로 연결해 나갔다. 리버풀의 강한 공격은 반 데 사르의 선방에 번번히 막히고 말았다. 토레스가 에브라를 상대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아우렐리우는 우측 상단 구석을 정확히 겨냥했지만, 반 데 사르에 펀칭에 막혔으며, 볼을 잡은 카윗의 재차 슈팅도 연이어 막아냈다. 이후 베나윤의 크로스를 아우렐리우가 헤딩슛으로 연결한 것도 반 데 사르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반 데 사르의 슈퍼 세이브가 없었다면, 전반에 몇 차례 실점했을 만한 경기였다.

▲ 맨유 왼쪽을 완전 봉쇄한 마스체라노 ⓒ 스카이스포츠


맨유는 크게 흔들리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스콜스는 수비 진영에서 볼을 뺏겨 베나윤 - 카윗으로 이어지는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다. 루카스가 다소 투박하긴 했지만, 스콜스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투쟁심으로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를 좋지 보내지 않았다. 플레처가 있었다면 그나마 맞뿔을 나줬겠지만, 캐릭은 마스체라노에 막혀 스콜스에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그러는 사이 맨유가 시도한 슈팅이라곤, 발렌시아의 크로스를 루니가 헤딩슛으로 연결한 것이 고작이었다. 이마저도 레이나가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렀다.

물론, 심판의 판정이 아쉽긴 했다. 어느 한쪽으로 편파적이었다기 보단, 전체적으로 깔끔하지 못한 판정들이 여러차례 보였다. 전반에 그렇게나 걷어 차이던 맨유 선수들에겐 프리킥이 인색하더니, 후반 들어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프리킥을 주기도 했으며, 오프사이드 상황도 제대로 판단해 내지 못했다. 물론, 이것은 부심이 판단했어야 할 문제지만. 캐릭을 향한 죽일 듯이 깊은 태클이나, 카윗의 유니폼을 찢어버린 베르바토프 등 여러차례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 토레스의 원샷 원킬! ⓒ 스카이스포츠


후반들어 맨유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대개 문전 앞에서의 슈팅이라기 보단 반칙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였다. 하지만 리버풀 수비들의 몸을 날리는 투혼에 번번히 막히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리버풀은 베나윤의 빠른 발과 개인 돌파로 역습을 시도해 나갔다. 결국, 후반 20분에 토레스가 베나윤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작렬시켰다. 토레스가 빠지는 방향을 보고 볼을 찔러준 베나윤의 패스도 좋았지만, 퍼디난드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골문 앞까지 들어가 슈팅한 토레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맨유는 베르바토프와 스콜스를 빼고, 오웬과 나니를 투입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긱스가 중앙으로 옮겨갔고, 나니가 왼쪽에 배치됐다. 오웬은 골문 근처에서 패스를 받아 발렌시아에게 좋은 찬스를 내줬지만, 발렌시아가 찬 볼은 각이 없는 상황에서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갔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프리킥 찬스를 맞았지만, 맨유는 번번히 마지막 연결까지 가지 못하고 찬스를 무산시켰다. 그러는 사이 비디치는 볼이 빠질 상황에서 카윗을 잡아채, 경기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으며, 동점골을 위해 수비까지 모두 리버풀 진영으로 올라간 사이, 토레스 대신 들어온 은고그에게 추가골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 마치 우승한 것 처럼... 좋아하는 레이나 ⓒ 스카이스포츠


그렇게나 잘 막았던 토레스를 퍼디난드가 한순간 놓친 것이 아쉬웠고, 발렌시아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은게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리버풀이 더 많은 찬스를 잡은 경기였다. 루카스와 마스체라노가 활발하게 압박해 나가는 상황에서 맨유는 속수무책이었다. 스콜스를 전방을 보고 좋은 패스를 연결해줄 수가 없었다. 긱스도 마스체라노와 글랜 존슨의 협력 수비에 최근의 좋은 모습을 이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긱스의 수비 가담이 적었던 탓에 경기 내내 맨유의 왼쪽은 리버풀의 공격에 계속해서 털리는 모습이었다. 리버풀 같이 압박이 좋은 팀을 상대로 체력적 한계가 있는 긱스와 스콜스의 선발 투입은 아무래도 무리였던 것 같다.

[09/10 EPL 10R] 리버풀 vs 맨유 하이라이트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