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는 여러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모스크바 원정을 할 수 없었던 탓에 다소 허접한 멤버로 선발진을 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맨유의 빠방한 스쿼드 탓에 그다지 딸리는 모양세는 아니었다. 최전방에 베르바토프를 원톱으로 두고, 좌우에 나니와 발렌시아를 배치했고, 중원엔 안데르손, 스콜스, 오셔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출전시켰다. 그나마 포백라인은 파비우, 비디치, 퍼디난드, 네빌로 어느정도 균형을 맞췄다.


경기는 시작부터 전반이 끝나기 까지 너무 지루한 전개로 이어졌다. CSKA 모스크바는 승점 1점이면 만족한다는 듯 최소한의 선수만 역습에 가담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수비에만 집중했다. 이런 철저히 지키는 축구에 나선 CSKA 모스크바를 상대로 맨유의 공격은 너무나 단조로웠다. 중앙을 헤집고 돌파해줄 선수가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이드 돌파에 이은 크로스 연결 밖에 없었다. 사이드 돌파까지는 어느정도 가능했다. 나니가 웬일인지 가벼운 몸놀림으로 좌우 가리지 않고, 돌파를 성공하며 활발하게 크로스를 시도했다.

▲ 양 팀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였던 나니와 크라시치 ⓒ 스카이스포츠


하지만, 중앙에 혼자 고립된 베르바토프까지 볼이 연결되진 않았다. 뻔한 돌파에 뻔한 크로스는 제공권이 좋은 CSKA 모스크바 수비진을 상대로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반은 내내 그런 패턴이었다. 스콜스가 좌우의 나니나 발렌시아에게 볼을 연결하며, 개인 돌파나 2대1 패스를 통해 사이드 수비를 따돌리고 베르바토프에게 크로스 연결. 하지만 어찌그리 제대로 연결되는 경우 한번 없는지, 베르바토프가 쇄도하고 있을 땐, 베르바토프 뒤쪽으로 볼을 연결하고, 베르바토프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땐, 앞쪽으로 볼을 연결하고. 그나마 스콜스의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이 아킨피예프의 슈퍼 세이브에 막힌 것이 전반의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CSKA 모스크바는 가끔 치고 나오는 크라시치의 돌파가 위협적이었다. 드리블을 통해 비디치와 퍼디난드를 제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지난 시즌 러시아리그 오른쪽 윙어 1순위 다웠다. 전반 막바지엔 크라시치를 필두로 한 공격이 맨유의 골문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반 데 사르가 지키는 골문은 벤 포스터가 지키는 골문과 달랐다.

▲ 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난 두 감독 ⓒ 스카이스포츠


CSKA 모스크바는 전반 막바지의 좋은 분위기를 후반까지 연결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보다 더 노골적으로 지키는 축구로 일관했다. 맨유는 전반에 좋은 오버래핑을 보여줬던 피비우는 물론이고, 네빌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좋은 크로스를 연결했다. 네빌의 크로스를 나니가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아킨피예프의 기가막힌 선방에 아쉽게 막히고 말았다. 이후 여러차례 나니나 발렌시아가 빠른 발을 이용해 좋은 찬스를 만들어 냈으나 아킨피예프가 지키는 골문을 쉽게 열리지 않았다.

맨유는 스콜스를 오웬과 바꿔주며, 좀더 공격적인 전개를 펼쳤으나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오웬은 좋은 좋은 크로스를 헛발질로 날려 버렸고, 발렌시아가 베르바토프와 나니를 이용해서 2대1 패스를 시도하며 전진한 뒤, 때린 슈팅도 슈팅도 골대를 강타할 뿐이었다.

▲ 결승골의 주인공 발렌시아 ⓒ 스카이스포츠


하지만 계속해서 좋은 움직임을 보이던 나니의 발끝을 시발점을 선제골이나 결승골이 터졌다. 나니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중앙에 있던 베르바토프가 헤딩으로 연결했고, 볼은 반대편의 발렌시아까지 이어졌다. 발렌시아는 수비 한명을 앞에 둔 채, 각이 없는 공간에서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하며,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CSKA 모스크바로썬 85분을 잘 막아놓고, 마지막에 실점하며 승점 1점을 날리는 순간이었다.

[09/10 UEFA 챔피언스리그] CSKA 모스크바 vs 맨유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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