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가 없는 상황에서 박지성의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란 예상과 달리, 브리태니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7라운드 맨유의 원정 경기에서도 박지성은 후보 명단에도 들지 못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호날두의 이적으로 인해 부실해진 공격력을 박지성보다 좀더 나은 공격 성향을 지닌 발렌시아와 나니로써 대신하고자 하는 퍼거슨의 의중인듯 했다. 최전방에 루니와 베르바토프가 나왔고, 중앙엔 스콜스가 플레처가 호흡을 맞췄다.

맨유는 전반 내내 호날두의 부재로 인해 원활하지 못한 공격력을 재확인하는 꼴만 보여주고 말았다. 스콜스의 전매특허인 사이드로 넓게 벌려주는 롱패스가 호날두가 있을 땐 마치 자로 잰 듯, 발 아래로 딱딱 떨어졌고, 호날두는 볼을 터치하는 순간부터 잡고 갈지, 바로 치고 갈지를 선택하며, 상대 수비를 교란시켰지만, 발렌시아나 나니는 스콜스의 패스를 수비를 따돌리고 제대로 따내지도 못했으며, 종종 트래핑 미스로 볼을 흘리기 까지 했다. 스토크 시티의 파워풀만 선수 면면을 봤을 때, 중앙에서 세밀한 패스로 뚫어내거나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따내거나 사이드에서 돌파를 통해 수비를 무너트려야 하는데, 맨유가 선택한 공격 전술은 가장 마지막 방법이었다. 하지만, 맨유는 전반 내내 의미없는 사이드에서의 움직임과 크로스로 무수히 많은 공격 찬스를 날려 버리고 말았다.

▲ 단독 찬스에서 득점에 실패한 발렌시아 ⓒ SBS스포츠 캡쳐


발렌시아와 나니는 전반 통틀어 각각 한번씩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확실히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발렌시아는 상대 수비의 실수를 틈 타, 단독 찬스를 잡아내며, 키퍼를 앞에 두고 슈팅을 했으나 아쉽게 골대를 살짝 빗나가고 말았다. 판단이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넣어줬어야 할 상황에서 넣어주지 못하다보니, 이후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고 말았다.

나니는 스토크 시티가 공격을 하다 끊긴 상황에서 기회를 잡았었다. 루니가 앞선에 수비 한명만을 달고 있는 나니를 보고 대각선으로 정확하게 패스를 넣어줬고, 나니는 볼을 잡아 치고 달려 나갔다. 하지만 중앙에서 따라 가는 베르바토프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치고 달려가다 수비의 타이밍을 한차례 뺏은 다음, 직접 슈팅을 날렸지만, 볼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애초에 페널티 에어리어에 접근하기 전에 베르바토프에게 패스했으면 더 좋은 찬스를 만들 수도 있었는데, 골 욕심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 중앙에서 달리는 베르바토프를 보지 못한 나니 ⓒ SBS스포츠 캡쳐


후반들어 맨유는 강력하게 밀어부치는 스토크 시티의 공격력에 수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물론 스토크 시티도 그다지 효율적인 공격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저 롱패스를 통해 제공권 싸움만을 지속했을 뿐이었다. 답답하기는 맨유도 마찬가지였다. 스토크 시티가 제공권 싸움을 위해 롱패스로 일관했다면, 맨유는 공간을 빠져들어가는 선수를 위해 롱패스로 일관했다. 결국 답답한 공격에 퍼거슨은 회춘한 긱스를 나니와 교체시켰다.

긱스는 들어오자 마자 베르바토프의 결승골을 도우며, 팀의 구세주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긱스는 플레처가 공을 잡는 순간 수비 뒷공간을 빠져들어 갔고, 플레처가 긱스를 보고 패스를 넣어주자, 긱스는 논스톱으로 중앙으로 쇄도하던 베르바토프를 향해 수비 가랑이 볼을 사이로 넣어줬다. 베르바토프는 빈 골대에 발을 갖다대며, 결승골을 뽑아냈다. 발렌시아나 나니는 보여주지 못했던 움직임이었다.

▲ 결정적인 도움을 기록하는 긱스 ⓒ SBS스포츠 캡쳐


맨유가 선제 득점에 성공하자, 스토크 시티는 동점골을 위해 비티와 툰자이를 교체 투입시켰다. 하지만 오히려 세트피스 상황에서 추가골까지 허용하며, 승부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긱스는 프리킥 상황에서 중앙을 향해 볼을 올려줬고, 오셔는 상대 수비들이 비디치에게 몰린 상황에서 방향만 살짝 바꾸는 헤딩슛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승부가 기울어졌다고 판단한 퍼거슨은 루니와 스콜스를 오웬과 캐릭으로 교체하는 여유까지 보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사실 박지성이 호날두와 긱스를 상대로 경쟁할 때만 해도 벤치에 앉는 것을 그려러니 했다. 명성도 그렇고, 실제 실력도 그렇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른 스타일로써, 자신의 효용성을 보여주면 어느정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발렌시아나 나니처럼 그다지 박지성에 비해 뛰어나지 않는 선수들에 밀려 교체 명단에도 끼지 못하는 상황을 보니, 박지성의 처지가 처량하기만 하다. 두 선수 중 한명이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면, 박지성의 출전시간은 지난 시즌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 것이란 것이 분명해 보인다.

[09/10 EPL 7R] 스토크 시티 vs 맨유 골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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