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야 어찌되었건 프리미어리그 09/10 시즌은 SBS Sports를 통해서 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축덕으로써 중계해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라고 하고 싶지만, SBS Sports로 인해 박탈당한 시청자의 권리는 누가 보상해 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4배를 주고 중계권료를 샀느니 하는 얘기로 비난하고 싶진 않다. 중계권료 가지고 싸우다가 몇배를 뻥튀기 해서 글로벌 호구가 되어주는 사례는 여태껏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갑작스런 SBS Sports의 중계로 인해 실적으로 떨어지는 중계를 봐야 만 하는 시청자의 고충은 어쩌란 말인가. 물론 HD라는 SBS Sports만의 프리미엄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외에, 여태껏 MBC Espn이 중계하면서 쌓아왔던 노하우나 프리미어리그 중계에 최적화된 캐스터나 해설자들을 볼 수 없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장지현 해설은 SBS Sports에서 만날 수 있게 됐지만, 첼시 경기하면 이명진-장지현, 맨유 경기하면 서형욱, 아스날 경기하면 가래스 상윤과 같은 중계 공식을 이젠 접할 수 없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존에 MBC Espn에서 온전히 시청했던 프리미어리그 중계가 SBS Sports로 바뀌게 되면서, 케이블 방송사의 지역적 사정에 따라 볼 수 없게 된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기본형을 시청하면 MBC Espn이 나와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할 수 있었지만, 고급형을 신청해야만 SBS Sports를 시청할 수 있는 사람은 SBS Sports을 시청하기 위해 추가적 비용이 드는 간접적 피해를 입게 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간접적 피해 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접적인 피해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BS Sports의 대문짝 만한게 써있던 '박주영의 AS모나코 독점 생중계'는 거짓이 되어 버렸다. 지난 시즌엔 KBSnSports에서 해줬던 박주영의 경기 중계가 어떠한 사정에서 인지, 이번 시즌부터 SBS Sports에서 해주기로 했는데, 갑작스런(?) 프리미어리그 중계권 획득으로 인해, 프리미어리그를 생중계로, 박주영의 경기를 녹화중계로 바꿔 버렸다. 물론,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도 있지만, 반면, 박주영의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꽤 많을 텐데, SBS Sports로 인해 박주영 경기를 시청할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볼 수도 있다.

차라리 SBS Sports에서 프리메라리가 중계권을 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를 중계했던 KBSnSports가 어떠한 이유에서 인지, 이번 시즌 중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프리메라리가가 시간상 시청률 부분에서 취약한 부분도 있지만, 현 축구계의 빅3라는 카카, 호날두, 메시가 모두 프리메라리가로 옮겨온 상황이라 관심을 갖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MBC Espn은 프리미어리그, KBSnSports는 세리아A, SBS Sports는 프리메라리가, Xports는 챔피언스리그라는 구조를 갖추게 되어 축덕으로써 행복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Xports가 SBS에 인수된다는 소식마저 들려오는 상황에서, Xports의 챔피언스리그 중계권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칫 모든 축구 관련 중계권이 SBS Sports로 넘어가게 된다면, 시청자들의 권리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그러한 행태가 과연 자신들에게 이익만을 가져다 줄지 생각해 볼 일이다. 미디어법으로 인해 이렇게 시청률만 쫒는 민영 방송의 난립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아무튼 닭 쫒던 개가 된 MBC Espn이 프리메라리가 중계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훌룡한 캐스터와 해설들을 이렇게 썩혀둘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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