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답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물론, 맨유가 슬로우 스타터인 것을 감안해야 겠지만, 그래도 상대는 버밍엄 시티였는데 말이다. 게다가 시즌 초반 버밍엄 시티 - 번리 - 위건을 상대하는 맨유로썬 승점 3점은 필수적이었다. 박지성의 결장에 대해선 왈가불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차피 호날두도 떠났고, 새로운 선수들도 들어왔고, 시즌 초반에 포메이션과 부분 전술을 실험해 볼 필요가 있는 맨유로썬 당연한 결정이었다. 위기론? 캐릭도 교체 명단에 조차 없었다. 아직 설레발은 자제.

이번 경기에서 언급해 볼 만한 선수는 루니와 나니인데, 일단 나니는 이번 시즌도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커뮤니티 실드에서 첼시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버밍엄 시티를 상대로는 전반에 교체 당하는 수모를 겪을 만큼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그만큼 나니의 경기력에 기복이 심하는 뜻이며, 나니에 대한 퍼거슨의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프리킥이나 코너킥을 나니에게 전담시키는 것을 보면, 지난 시즌 초반도 그랬지만, 이번 시즌도 일단 나니를 믿어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은데, 아직까지 퍼거슨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루니 ⓒ 스카이스포츠


루니는 확실히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나니가 올린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볼은 골포스트에 맞고 나오자, 재차 슈팅으로 침착하게 득점을 성공시켰다. 앞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긴 했지만, 확실히 결정지어줄 만한 선수가 루니 외엔 딱히 보이지 않았다. 미들에서 공격적으로 연결해 줄 선수가 없다보니, 대체로 측면을 이용한 공격이 많았는데, 그나마 중앙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것이 루니였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책임지고 있었다.

맨유가 앞서 가곤 있었지만, 확실히 불안불안했다. 에브라의 결정적인 헤딩 선방이 아니었으면, 경기 내용은 어떻게 됐을지 몰랐을 상황이었다. 물론, 전반 종료 전에 플레처가 완벽한 찬스에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면, 이 역시 어떻게 됐을지 몰랐을 상황이기도 했다. 아무튼, 맨유는 후반에도 주도권을 잡고 공격을 주도했지만, 뭔가 확실한 찬스를 만들지는 못했다. 버밍엄 시티가 타이트한 수비를 하니, 마땅히 공간을 잡고 볼을 연결시키줄 선수가 없었다. 게다가 간간히 나오던 버밍엄 시티의 역습을 역으로 이용해 빠른 공격을 시도할 땐, 확실히 호날두가 그리웠다. 나니에 비해 발렌시아가 좀더 나은 모습이긴 했지만, 호날두를 보다 현저히 느린 스피드와 호날두에 못 미치는 개인 드리블은 볼을 잡았을 때의 기대감부터 달랐다.

▲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오웬 ⓒ 스카이스포츠


오히려  버밍엄 시티가 후반 막바지에 에콰도르 출신의 베니테즈를 투입하면서 동점을 기회를 잡기도 했다. 벤 포스터의 미칠듯한 선방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실점하고 남았을 상황이었다. 베니테즈는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에도 엄청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맨유 수비진을 따돌리고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다. 다행히 루니의 선제골을 지켜내며 1대0으로 신승을 거뒀다. 마지막에 오웬이 루니의 기가막힌 패스 덕분에 키퍼와 1대1 찬스를 잡긴 했지만, 아쉽게 키퍼의 손 끝에 막히고 말았다. 확실히 그런 찬스에선 넣어 줬어야 했다.

[09/10 EPL 1R] 맨유 vs 버밍엄 시티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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