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는 그리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국가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이미지는 너무 뻔했기 때문이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설움과 루저들의 처절한 도전, 그리고 갈등과 오해 속에서 이뤄낸 승리라는 뻔한 공식, 마지막엔 애국적 감동을 가장한 고루한 눈물 짜내기까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내열되었다. 하지만, <국가대표>는 이러한 뻔함 속에서 나름의 감동을 이끌어 냈는데, 여기서 말하는 감동이란 오직 스포츠 영화에서만 그려낼 수 있는 특권인데, 루저들이 이뤄내는 성취감에서 오는 감동이라기 보단, 스키점프라는 종목이 갖는 속도감에서 오는 스릴이랄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하게 벅차오르는 그 감정은, 그 어떤 스포츠 영화보다 종목의 특성을 잘 살려낸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국가대표>는 초반 너무나 작위적인 인물들과 그 주변 상황들은 억지스런 면이 너무 강해 거부감이 들긴 한다. 팩션이라면 어느 정도 선을 지켰어야 하는데, 팩션인지, 픽션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주제 의식 속에 너무 인물들을 속박시켜 버렸다. 게다가 억지스런 틀에 맞춰진 인물을 가지고, 초반엔 나름을 설정을 통해 웃음을 주고자 했으나, 그 발휘하는 유머의 수준이 너무나 유치한 나머니 손발이 오그라질 정도의 민망함만 선사하는데 그쳤다.

이는 <국가대표>가 너무 주제의식에 속박된 나머지 억지스럽게 캐릭터를 나열한 결과로 보인다. <국가대표>는 제목과 달리 너무 가족애에 치우친 주제의식을 강조한다. 실질적인 주인공 차헌태(하정우)는 어릴적 입양되었다, 친부모를 찾기 위해, 그리고 어릴적 기억 속의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면서 까지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되고, 강칠구(김지석)도 가족들을 위해 군대에 갈 수 없음에 국가대표가 되기로 결심한다. 마재복(최재환) 역시 강압적인 아버지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 속에 소속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방코치(성동일)의 딸 방수연(이은성)을 무리해서 등장시킨 것도 나중에 가서 촉발시킬 가족애의 한 장면을 더 삽입하기 위함일 뿐이다.

이처럼 <국가대표>라는 제목과 달리, 국가와 개인의 관계 속에서 국가가 개인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한다. 그러면서 그 전면에 가족애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한 도구로 국가가 개인에게 가하는 무언의 강압을 드러낸다. 애초에 다른 나라로 팔려간 입양아 차헌태는 물론이고, 뻔히 군대에 갈 수 없는 상황임에도 복지부동한 행정기관의 행태에 이골이 난 강칠구에, 마재복을 통해 드러나는 한국 사회가 갖는 은연 중에 드러나는 인종차별까지. 그리고 올림픽 유치를 위한 도구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던 스키점프라는 비인기 종목. 곳곳에서 한국이란 국가가 갖고 있는 국가적 차별과 강압적 사회 분위기가 드러난다.

이들에게 국가를 대표한다는 자긍심이나 자부심 따위는 없다. 국가가 개인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이들 역시 그저 자신들의 사리사욕, 그 중심에 있는 가족애를 충족시키기 위한 욕망만 자리할 뿐이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사회적 루저로 취급받던, 선수는 물론이고 코치까지, 하나가 되어 무언가 이루낸다는 대리만족적 성취감과 현란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화면 구성이 마지막까지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영상에 절묘하게 매치되는 음악, 러브홀릭의 Butterfly는 정말 최고였다. 매번 동계올림픽때면 스치듯 지나치던 스키점프가 그렇게 매력적인 종목이었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비춰지는 긴박한 화면 구성 속에, 하늘을 향해 뛰어 오를 때면 느껴지던 짜릿한 전율과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벅차오르던 그 감정은 스키점프라는 비인기 종목의 적절한 선택에 대한 보답이었다.

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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