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경기이고,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본 탓에 그다지 집중해서 보진 못했다. 그럭저럭 후반에 박주영이 결승골을 넣으면서 승리했단 것에 만족하는 정도랄까. 실질적인 에이스 박지성이 없는 가운데서 어떠한 플레이를 보여줄까 기대했는데, 박지성의 공백이 그다지 크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골 결정력은 불만족스러웠다. 파라과이가 친선경기인 탓도 있고, 원정경기인 탓도 있어서인지, 그다지 위협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고, 전반 내내 한국한테 끌려다닌 것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여러 번의 득점 찬스가 있었는데, 이것을 살리지 못하고, 후반에 겨우 박주영의 결승골로 승부를 지었다는 것은 그만큼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이 좋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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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공격수라 하면 이동국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선수인데, 어제도 역시나 공격수로써의 그다지 믿음직스런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허정무호가 투톱 체제로 나간다는 가정 하에 박주영-이근호 외에 다른 조합을 찾아보고자 노력한 것 같은데, 일단 호흡을 맞출 시간이 없어서 인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여러차례 동선이 겹치는 모습을 보였다. 미들이나 이근호가 볼을 잡았을 때, 이동국이 보여줘야 할 움직임은 앞선으로 나와 볼을 받아주거나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기 위해 다른 공간으로 돌아나가는 움직임을 보였어야 하는데, 이동국은 이 두가지 동작에 모두 미흡했다.

청소년 대표 시절이나 올림픽 대표 시절만 해도 나름 장점이 있는 선수였는데, 지금은 어느것 하나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그저그런 선수가 되어 버렸다. 제공권이 좋은 것도 아니고, 몸싸움을 즐겨하며 수비수를 괴롭히는 스타일도 아니고, 개인기가 좋은 것도 아니고, 스피드가 빠른 것도 아니다. 이런 이동국의 스타일은 이미 미들즈브러에서 뛴 경기로 충분히 입증됐다. 현재 K리그에서 득점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곤 하지만, 글쎄, 이동국만큼 국대로써 많은 검증 기회를 가졌던 선수가 있었던가. 차라리 월드컵 경험을 찾고 있는 설기현이나 안정환에 기대를 가져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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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에 들어온 이승현은 나름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 선수 역시 부족한 골 결정력은 여전했다. 이승현을 주목해서 본 것이 지난 시즌 부산에서 안정환과 함께 뛸 때 였다. 파라과이전 처럼 기가막힌 스피드로 여러차례 찬스를 만들어 냈었다. 공간을 보고 안정환이 찔러주면, 이승현이 파고 들어 골키퍼와 단독 찬스를 만들곤 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도 찬스만큼 득점을 올려주진 못했다. 이번에도 후반에 조커로 투입되어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휘젖고 다니는데 까진 성공했었다. 하지만 마지막을 결정짓진 못했다. 물론 박주영의 득점이 이승현의 슈팅을 골키퍼가 쳐 낸 것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긴 하지만, 공격수라면 확실히 결정지을 장면에서 해줬어야 했다. 그래도 국가대표 데뷔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박주영은 확실히 실력이 늘었다. K리그에 있을 당시만 해도 지속적으로 박주영의 키핑력에 대해서 비판을 했었는데, 프랑스 리그로 진출한 이후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 수비와 경쟁하면서 볼을 오래 소유할 수 있게 되다보니, 전체적인 시야도 늘어 패스의 질도 좋아졌고, 경기를 읽는 능력도 좋아졌다. 이번 결승골 역시 침착성이 돋보였다. 대개 그런 찬스에선 볼이 뜨기 마련인데, 골문 구석을 보고 침착하게 잘 차 넣었다. 축구 센스야 워낙 타고났기 때문에 파괴력만 좀더 높인다면 국대 공격수로써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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