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 맨유와 FA컵 우승팀 첼시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맨유의 선발 라인업은 루니와 베르바토프가 최전방에 나섰고, 좌우에 나니와 박지성이 나왔으며, 중앙엔 캐릭과 플레처가 수비적으로 위치했다. 부상으로 빠진 비디치를 대신해 에반스가 나왔으며, 퍼디난드, 에브라, 오셔는 정상적으로 출전했다. 첼시는 아넬카와 드록바가 투톱으로 나왔고, 다이아몬드 형태의 중앙엔 램파드, 말루다, 에시앙, 미켈이 위치했으며, 수비엔 이바노비치, 테리, 카르발료, 애슐리 콜이 나섰다. 양팀 모두 그다지 큰 전력 손실없이 베스트 멤버가 나섰다.

첼시는 시작부터 중원을 잡아 가면서 타이트하게 맨유를 압박했다. 경기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코너킥 찬스에서 이바노비치가 오른발 슈팅으로 첫골을 뽑을 뻔 했으나, 에브라가 헤딩으로 걷어내며 맨유는 위기를 모면했다. 이후 전열을 재정비한 맨유는 왼쪽에 나선 나니를 필두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나니는 지난 시즌 호날두가 해줬던 역할을 대신해기 위해 노력했지만, 확실히 개인기량에선 딸리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퍼거슨은 나니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은지, 코너킥을 비롯해 프리킥도 나니에게 전담시켰다. 이런 퍼거슨의 믿음 때문인지, 나니는 발이 느린 이바노비치를 제친 후 중앙으로 파고 들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첫골을 뽑아냈다.

▲ 나니의 강력한 슈팅이 첫 득점으로 ⓒ 스카이스포츠


첫골 이후 경기는 맨유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특히 박지성은 사이드에만 치우쳐있지 않고, 다소 수비적으로 나선 플레처와 캐릭을 대신해 공격과 수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돼줬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정적인 찬스에서 박지성의 골은 들어가지 않았다. 사이드에서 베르바토프가 올려준 볼을 루니가 헤딩으로 떨궈줬고, 박지성이 몸을 날려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체흐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이후 베르바토프가 박지성과의 2대1 패스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슈팅한 것이 체흐의 선방에 막혀 튀어 나오자, 박지성이 제차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막히고 말았다. 오셔가 길게 연결한 볼도 베르바토프 부럽지 않은 간결한 퍼스트 터치로 볼을 잡애냈지만, 카르발료가 걷어내며 슈팅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맨유의 공격이 한차례 첼시 진영을 휩쓸고 간 후, 첼시도 서서히 기회를 잡아나갔다. 특히 드록바는 순수 개인 기량으로 좋은 슈팅을 공간을 만들어내며, 반 데 사르를 대신해 나온 벤 포스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전반이 끝나 갈 때쯤, 드록바가 기가막힌 패스로 말루다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 줬지만, 말루다의 어이없는 슈팅으로 좋은 찬스를 날리며, 전반을 0대1으로 뒤진 채, 마쳐야 했다.

후반들어 첼시는 나니와 에브라의 빠른 발을 막지 못하던 이바노비치를 대신해 보싱와를 투입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양 사이드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말루다와 애슐리콜, 보싱와가 적극적으로 양 사이드를 파고들며 중앙으로 좋은 패스를 연결해 나갔다. 결국, 후반 얼마되지 않아 말루다의 크로스를 벤 포스터가 쳐냈으나, 드록바와 경합과정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이에 카르발료는 헤딩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맨유는 나니 부상 당하자, 발렌시아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첼시가 어수선한 상황을 틈 타, 역전골을 뽑아냈다.

▲ 좋은 위치 선정으로 동점골을 뽑아낸 카르발료 ⓒ 스카이스포츠


확실히 판정은 불만족스러웠다. 미켈을 대신해 들어온 발락과 에브라의 충돌 과정에서 발락이 고의적으로 에브라를 쳐냈으나, 주심은 경기를 끊지 않았고, 이에 첼시 선수들은 공격을 계속했다. 결국 드록바의 패스를 받은 램파드가 강력한 슈팅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앞서 발락과 에브라가 충돌했을 땐, 그다지 에브라의 고의적이지 않은 행동에 대해선 경기를 끊었던 주심이, 발락의 고의적인 팔꿈치 공격엔 너무나 관대했다. 관중들의 야유만큼이나 찝찝한 득점이었다.

▲ 램파스의 역전골 ⓒ 스카이스포츠


이후 경기는 소강상태로 이어졌다. 퍼거슨은 선수들을 대거 교체하며 마지막 동점골을 노렸다. 박지성을 긱스로, 오셔를 파비오로, 베르바토프를 오웬으로, 플레처를 스콜스로 교체했다. 첼시도 말루다를 대신해 데코를 투입했다. 양팀 모두 정교한 패스를 통한 공격보단 길게 길게 연결하며 한방을 노렸지만, 중원에서의 공방전만 계속됐을 뿐, 어느 팀도 찬스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경기가 그렇게 끝나갈 듯 했다. 하지만 경합과정 중 긱스가 쇄도하며 볼을 따냈고, 수비 뒤로 빠져들어가던 루니를 보고 스루패스를 연결했다. 루니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에 걸릴 만한 아리송한 위치였으나, 부심은 깃발을 들지 않았고, 루니를 그대로 돌진해 동점골을 뽑아냈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없이 승부차기로 이어졌으나, 긱스와 에브라가 실축하면서 첼시가 우승을 차지했다.

▲ 긱스의 패스를 골로 연결한 루니 ⓒ 스카이스포츠


맨유는 확실히 역습상황에서 화력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나니가 호날두를 대신하기엔 아직 역부족으로 보였다. 게다가 루니나 베르바토프 모두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아 들어가는 스타일이라 상대 수비가 마크하기 한결 수월해 보였다. 수비에선 플레처와 캐릭이 많이 내려와 협력해줘, 어느정도 괜찮아 보였으나, 반 데 사르를 대신해 나온 벤 포스터는 너무나 불안했다. 드록바의 쇄도에 압도 당하는 느낌이었으며, 쉬운 볼처리 역시 어정쩡하게 처리하며 위험한 상황을 자초하기도 했다. 첼시도 돌파형 윙어의 부재는 여전했다. 게다가 포메이션마저 사이드를 제외하고 배치하다보니, 전반에 많이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맨유의 사이드 공격 위력이 많이 약해져서 그렇지, 좀더 강력한 상대를 만난다면 좀더 고전했을 것이다. 두팀의 경기를 보건데, 이번 시즌은 어느 시즌보다 상위권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2009 FA 커뮤니티 실드] 맨유 vs 첼시 골장면 (승부차기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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