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영화를 보러 가기 전, 포스터나 예고를 통해 느껴지는 영화에 대한 기대와 예상치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차우>는 어떤가. 누가 봐도 식인 멧돼지와의 사투를 다룰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포스터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식인 멧돼지가 주는 느낌이, 흡사 <괴물>에서 맛본 봐 있었던 그 맛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장소와 인물, 괴수의 정체만 달리할 뿐, 전체적인 분위기는 <괴물>과 유사하거나, 그에 근접한 수준을 기대케한다. 하지만, <차우>는 이런 기대와 예상을 철저히 배신한다. 식인 멧돼지의 정체라곤 영화의 절반이 지나서야 밝혀지고, 마을을 위기 속에서 구해낼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주가 되어야 할 식인 멧돼지의 CG는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 그만큼 허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우>는 충분히 볼 만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차우>가 그려내고 있는 웃음 코드라는게 그다지 대중적이지 못할 것처럼 보이긴 하다만, 괴수물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만 낮춘다면, 새로운 장르적 재미를 가져다 줄 신선함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차우>가 허접한 CG를 메우고자, 코믹적 요소를 넣은 것은 아니겠지만, 식인 멧돼지가 주는 공포의 중심에 설치해논 웃음의 정체가 묘하게 인간 본성을 자극한다. 사실 이러한 공포와 코믹의 불편한 동거는 자칫 영화를 맥빠지게 만들거나 혹은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차우>는 그 경계와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생존에 대한 본능이다. 이러한 극한의 공포 속에서 생존을 위한 이기심은 어쩌면 인간 본성으로써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괴수물 같으면 철저히 배제되었을 이러한 이기적 행동들이 <차우>에선 노골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희생과 헌신으로 감동을 짜내려는 헛된 노력도 없다. 이 지극히 당연한 본능에 대해 철저히 현실적인 모습만을 보여준다. 그 속에 느껴지는 공포와 유머의 아이러니한 교차가 <차우>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차우>에서 보여지는 웃음 코드가 대체로 그런 것이다. 쫒고 쫒기는 긴박한 상황에서, 죽음을 목전에 앞둔 치열한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에 대한 직설적 까발림. 그리고 적절하게 배치된 다양한 캐릭터들. 물론 영화적으로만 허용될 법한 그런 몇몇의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허구적이거나 과정되지 않은 것이 충분히 공감적으로 다가온다.

일부러 그렇게 홍보를 한 것인지, 아니면 허를 찌른 유머적 요소를 노린 것인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결과는 반반이다. 이러한 장르적 배신이 즐거움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허접하고 불성실한 관객 모독으로 다가올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드문 괴수물을 이런 식으로도 그려낼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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