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영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명절때만 되면 개봉하는, 그리고 코믹 액션으로 무장된, 무난하게 볼 만한 정도의 그런 수준의 영화가 떠오른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이미지가 누적된 결과, 성룡영화라 하면 식상함마저 들 정도로 막상 선택하기가 꺼려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신주쿠 사건>은 여태껏 성룡이 보여줬던 모습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이렇게 진지한 모습의 기름기 쫙 뺀 성룡의 모습을 또 본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낯설의 모습의 성룡이었다.

<신주쿠 사건>은 90년대 말 도쿄를 배경으로 불법 밀입국한 중국인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불법일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법의 테두리에 보호 받을 수 없는 중국인들의 음지에서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데, 이 평탄할리 만무한 삶에 일본 야쿠자가 얽히면서, 여느 조폭 영화가 그러했듯 음모와 배신으로 얼룩진 피의 향연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신주쿠 사건>은 좀 아쉬운 점이 많다. 사실성에 입각한 비장한 정서를 보여주는데 너무 치중한 나머지 각각의 캐릭터의 심리 변화에 따른 디테일한 묘사가 상실됐으며, 다소 뻔한 내러티브로 인해 초반의 집중력을 후반까지 끌고 가지 못하고 있다.


성룡의 연기를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철두의 밀입국 목적이 너무 신파적이다. 먼저 일본으로 건너간 여자친구 슈슈(서정뢰)의 연락이 끊기자, 그녀를 찾아 목숨까지 걸고 일본에 오는 상황도 그렇고, 슈슈가 야쿠자의 여자의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급변하는 철두의 양면성이랄까, 그전까지 보여줬던 모습과 너무 급변해 버린 모습에 괴리감이 꽤 크다. 그래도 여기까진 봐 줄 만 하다. 너무 판을 크게 벌려논 탓에 뒷수습을 급하게 한 나머지 진짜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타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어떻게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지 보단, 단순히 야쿠자와 얽힌 세력 다툼으로 치부될 난잔한 상황적 묘사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맥락에 수긍을 할지 몰라도, 이를 표현해 내는 능력에 대해선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론 낯설음에 금세 익숙해지지 못했지만, 그나마 <신주쿠 사건>에서 봐 줄만 한 것이 성룡의 연기변신이다. 대치적 상황 속에서, 그리고 긴박한 상황 속에서 금세라도 의자 밑으로 들어가, 현란한 발동작과 손놀림으로 치고 빠질 듯한 장면에서, 주먹만 굳게 쥔 채, 화를 삭히는 모습은 여느 영화에서 봐 왔던 성룡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성룡을 비롯한 오언조와 카토 마사야의 연기도 꽤나 인상 깊다.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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