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다가온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갈 수만 있다면 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그들은 선택만 달리 했을 뿐, 계획은 계속 진행했을 것이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물질을 향한 욕망의 총알이 결국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는 최악의 파행을 겪게된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


달콤한 섹스는 마치 마약과 같아 현실 속 고민들을 환각 속으로 빨려 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 후에 밀려오는 공허함과 현실적 상황에 대한 자각은 무엇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여기서 현실에 대한 자각이란 돈을 말한다. 역시 돈이 문제다. 마약 중독에 분식회계로 돈이 궁한 앤디(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는 자녀 양육비조차 제대로 대지 못하는 동생 행크(에단 호크)에게 자신들의 부모 보석 가게를 털자고 제안을 한다. 자칫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그들의 작전은 나름 치밀했다. 서로가 아무런 피해(?)없이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자 했으니 말이다.

범행 당일 날, 그 시각은 부모가 아닌 멍청한 노친네가 가게를 볼 시간이고, 자신들이 훔친 돈은 보험회사에서 다 보상해 줄 것이기에 자신의 부모들은 상처를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계획 실행 당일, 소심한 행크는 범행에 친구 바비를 끌어 들이면서 모든게 상황이 뒤틀리게 된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한 가정의 세 남자. 형 앤디와 동생 행크, 그리고 아버지 찰스의 시점에서 스토리를 진행해 나간다. 단순한 서사의 흐름에 따라 상황을 나열해 놓기 보단, 그 범행의 당일을 시점으로 플래시백을 통해 각각 인물들의 얽혀 있는 관계를 재정립해 나가고, 이러한 관계 속에서 상황이 진전됨에 따른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 덕분에 어찌보단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범죄 스릴러의 껍데기만 두른 비극적 코미디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인간의 물질을 향한 원초적 욕망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이러한 욕망에 따른 개인의 몰락은 결국 가정의 몰락으로까지 전이되면서, 최악의 파행을 맞이하게 되고, 결국엔 이러한 가정의 몰락은 극악으로 치닫고 있는 현 세태에 대한 반영이라 얘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장으로 치닫는 지극히 개인의 욕망이 가져온 범죄를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행위로 보인다. 이런 극단의 행동을 단지 사회적 문제의 담론으로만 치부하기엔 이들의 행동은 너무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미국 경제의 붕괴를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표현적 시도가 이해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주축이 되는 세 남자는 결국 미국 사회의 각 세대간 계층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각 세대간의 문제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이 지경까지 왔는지, 담담하게 읊어내고 있다. 잘못된 욕망에 대한 그릇한 추종이 부른 최악의 결과,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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