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의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포스터나 톰 행크스가 주는 이미지만으로 행여 <다빈치 코드>를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었다. 화제만큼 그다지 흥미롭게 보지 못했던 <다빈치 코드>에 대한 기억때문에 망설여 졌었지만, 다행히 <천사와 악마>는 원작이 주는 요소들에 대해 얼마나 생명력들을 불어 넣었는지 알 수 없지만, 단순히 영화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펼쳐 놓은 여러 요소들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종교와 과학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더라도, 역사적 사실 관계가 얼마나 오류없이 진행되는지 궁금하더라도,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없게 끔, <천사와 악마>는 사건의 흐름과 진행을 큰 얼개 안에 펼쳐 놓고 콤팩트 있게 가져간다.  즉, 관객의 입장에선 의심 할 여지를 주지 않고, 지적 베이스가 전무한 상황에서 호기심있게 사건을 바라만 볼 수 있도록 스피드있게 진행시켜 버린다.

실제 원자폭탄을 능가한다는 '반물질(AntiMattr)'의 존재 여부이나 최초의 과학자 집단이며, 반가톨릭 조직이라는 '일루미나티(Illuminati)''앰비그램(ambigram)'의 역사적 사실이나, 그 밖에 '어부의 반지(Pescatorio)', '세데 바칸테(Sede Vacante)', '콘클라베(conclave)'라는 호기심 가득한 용어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을 중심으로 한 오락적 긴장감은 훌룡하게 연출해 냈다.

그리고 이면엔 과학과 종교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하게 끔 언질을 해 둔다. 과연 과학과 종교는 과거에 그러했던 것 처럼 융화될 수 없고, 양립해야 만 하는 그런 존재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천사와 악마>는 너무 무난한 결론적 메시지만 남겨둔다. 어느 한쪽에 치우칠 경우 가져올 논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사실 <천사와 악마>에서 그려지는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보더라도, 과학과 종교 중 어느것이 딱 천사이고 악마라고 단정지울 수 없게 끔 설정해 놨다. 반물질로 대변되는 과학의 오용에 대한 위험성을 내포함과 동시에 종교의 편협하고 배타적인 믿음이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간을 주체로 봤을 때, 객체가 되는 과학과 종교 어떤 것이든 주체에 따라 객체는 천사가 될 수 도 있고, 악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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