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3경기에서 승점 4점만 획득하면 자력 우승을 확정짓는 맨유로썬 이번 경기가 가장 중요했다. 다음 라운드의 아스날는 언제나 껄끄러운 상대이고, 마지막 라운드의 헐 시티는 치열한 강등권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맨유는 챔스리그 4강에서 재미를 봤던 4-3-3 전형으로 들고 나왔다. 수비엔 몸상태가 좋지 못한 퍼디난드를 대신해 에반스가 나왔고, 중원엔 스콜스와 안데르손, 캐릭을 배치했으며, 공격엔 베르바토프를 중심으로 루니와 호날두를 배치했다.

위건은 다섯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해 수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갔으며, 최전방엔 로다예가만을 배치했다. 그러면서도 역습땐 발렌시아와 은조그비아의 빠른 발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맨유의 수비진을 공략했다.


맨유는 이런 위건의 패턴에 경기 시작부터 위기를 맞이 했다. 스로인으로 연결된 볼이 발렌시아에게 이어졌고, 발렌시아를 마크하던 에반스가 빗물에 미끄러지자, 발렌시아는 단독 돌파를 시도해 골문까지 내달렸다. 뒤쪽에 비디치가 뒤쫒고 있었지만, 발렌시아를 따라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발렌시아는 골문 앞에서 반 데 사르를 보고 칩샷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볼은 골문을 빗나가고 말았다.

정신 차린 맨유는 다시 주도권을 가져와 공격을 시도했지만, 비가 오는 좋지 못한 환경과 위건의 강한 압박에 말려 제대로 된 슈팅조차 날리지 못했다. 딱 두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한번은 루니가 베르바토프의 크로스를 단독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허무하게도 골문을 향하지도 못했다. 두번째는 스콜스가 수비들 사이에 있던 베르바토프에게 볼을 연결했고, 베르바토프가 돌아 들어가는 호날두를 향해 수비 뒷공간으로 패스를 넣어줬다. 호날두의 위치가 슈팅 각도가 없는 상황이라 쇄도하던 캐릭을 향해 패스를 했지만, 슬라이딩까지 하며 몸을 날린 슈팅은 골문 위를 향하고 말았다.

딱 두번만이 그나마 제대로 된 기회였으며 나머지는 위건의 공격이 더 날카로웠다. 여기에 에반스의 실수까지 겹치면서 로다예가는 종종 좋은 슈팅기회를 잡았다. 다행히 비디치의 협력수비와 반 데 사르의 선방으로 실점 위기는 막아갔다. 하지만 역시나 빗물이 문제였다. 전방으로 길게 넘어온 볼을 향해 비디치와 로다예가가 함께 경합했지만, 착지하는 과정에서 비디치가 미끄러지면서 볼이 떨어지는 방향을 잡지 못했고, 반면 로다예가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곧바로 슈팅으로 가져가 선제골을 뽑아냈다.


후반에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호날두는 시종일관 짜증어린 표정으로 답답한 플레이만 보여줬으며, 많은 프리킥 찬스에서도 좋은 슈팅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베르바토프는 많은 볼 터치를 가져갔지만, 역습 찬스에서 볼을 끌면서 맨유 특유의 빠른 공격을 가져가지 못했다. 확실히 베르바토프는 맨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키핑력이 좋아서 좀처럼 볼을 뺏기지 않는 것은 좋지만, 비가 오는 상황에서 위건과 같이 압박이 좋은 팀을 상대로 할 땐, 반박자 빠른 패스로 상대가 수비적으로 돌아서기 전에 빠르게 공격을 전개해 가야 하는데, 베르바토프는 자신에게 볼이 올 때마다 한타임 볼을 돌리면서 볼을 주고 들어가면서 공격의 속도를 늦춰 놓고 있었다.

▲ 완전 소중 테베즈! ⓒ 스카이스포츠


결국 퍼거슨은 이른 시간에 안데르손을 빼고 테베즈를 투입했다. 확실히 테베즈가 들어오자 루니나 호날두와 주고 받는 패스의 속도가 달랐다. 주고 들어가는 속도가 위건 수비들이 좀처럼 쫒아오기 힘든 수준이었다. 테베즈는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캐릭의 슈팅과 같은 스루 패스를 발 뒤꿈치로 방향만 살짝 바꾸면서 동점골을 뽑아냈다. 맨시티 전에 이어 자신의 진가를 재확인시키는 멋진 골이었다.

동점골로 기세가 올라간 맨유는 스콜스를 빼고 긱스를 투입했다. 테베즈와 긱스가 투입되면서 호날두의 플레이도 살아났고, 여러차례 득점 찬스를 맞이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여러 번의 찬스에서 슈팅이 골대를 빗나가면서 역전골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게다가 좀처럼 휫슬을 불어주지 않는 주심때문에 호날두는 분통해 할 뿐이었다. 그렇게 위건의 체력적으로 떨어지고, 맨유의 기세가 올라가고 있을 때, 오셔가 상대 진영 깊숙이 올라와 페널티박스 바깥 중앙에서 기다리던 캐릭에게 패스를 했고, 캐릭은 골대 구석에 정확히 꽂히는 골을 만들어 냈다.

이미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열세에 놓인 위건은 마지막 반격에 나섰지만, 동점골을 만들어내는기는 힘들어 보였다. 결국 맨유는 마지막에 박지성까지 교체 투입하며 시간을 보냈고, 짜릿한 역전승으로 승점 3점을 확보했다. 이로써 맨유는 남은 아스날과 헐 시티 경기에서 승점 1점만 보태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짓게 됐다. 이는 리버풀이 남은 WBA와 토트넘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할 때의 얘기로, 만약 리버풀이 한경기라도 비기거나 지게 된다면 맨유는 승점 1점도 필요없게 된다. 사실상 맨유의 우승이 확정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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