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집에 왜왔니>는 그다지 호감있게 다가오는 영화는 아니었다. 괴짜 캐릭터를 내세워 허세 사랑을 읊어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은 어느 정도는 맞아 떨어졌지만, 그 사랑은 허세가 아니었던 듯 싶다. 물론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의 결정체는 아니었으나, 최소한 수강(강혜정)에 대한 동정의 여지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왜왔니>란 제목이 병희(박희순)의 입장에서 수강에 질문하듯 전체적인 내용이 그러한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할애한다. 병희는 임신한 아내를 갑작스런 사고로 잃게 된 뒤, 죄책감에 시달리며 3년 동안 줄곧 자살 시도를 해왔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병희의 자살이 마침 성공하려는 순간, 수강은 아무렇지 않게 병희의 집에 들어 닥친다. 왜 수강은 병희의 집에 왔을까. 병희의 입을 통해 수강이 병희의 집에 온 이유를 전해 듣게 된다.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단번에 해소되지 않고, 점층적으로 수강의 정체를 밝혀지게 되고, 이런 수강에게 병희는 루저의 입장에서 자신과의 동질감을 느끼게 되며, 어느새 수강의 행동에 동조하게 된다. 여기에 수강이 갖는 소위 '미친년'이란 캐릭터가 주는 사이코적 이미지를 통해 미스터리와 코미디가 뒤섞인 멜로를 풀어낸다. 수강의 행동은 쉽게 말해 스토커적 집착에 해당되지만, 수강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전해지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그리도 행동에 대한 변명은 어느새 관객에게까지 동조를 이루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씁쓸함이 전해진다.


병희나 수강이나 사회적 루저의 입장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애초에 루저의 입장에서 아픈 사랑을 경험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상처와 아픔으로 인해 사회적 루저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서로 각기 다른 입장에 처해 있지만, 상처에 대한 치유와 회복이란 관점에 있어서 같은 방향성을 갖기에 이들의 동거는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도 모르겠다.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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