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봤던 <7급 공무원>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7급 공무원>이 400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내가 이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7급 공무원> 이 정도로 흥행할 만한 영화였던가 하고 되짚어 보고 싶었다.

개봉 전에 몇몇 블로그의 평이 워낙 좋았던 탓에, 내심 기대가 컸고, 그래서 개봉하자 마자 바로 극장에 갔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코드가 안 맞았던 것인지, 아니면 낚였던 것인지, 실망에 실망만 하고, 함께 같던 친구에게 미안하단 말을 연발하며 극장을 나와야 했다. <7급 공무원>에 대한 기억은 그정도로 아찔하다.


일단, 국정원 커플의 이중생활이라는 첩보 로맨스의 껍데기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통해 접해봤던 식상한 경험이었다. 단순히 컨셉을 가져왔거나 기왕 하는거 제대로 패러디 했다면 모를까, 그저 흉내내기에 그치고 말았으며, 내심 진지함 속에서 웃음을 뽑아내려 했으나 유쾌함보단 씁쓸한 쓴웃음이 먼저 였다. 아니, 쓴웃음보단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민망하고 유치했다. 시작과 끝을 장식하고 있는 어설픈 와이어 액션은 이게 콩트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할 만큼 허탈하게 만들었으며, 절단된 듯한 스퀀스의 흐름은 마치 가위에 정ㅋ벅ㅋ 당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7급 공무원>은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코드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래, 이건 액션이 아니고 코믹이다. 헐리우드가 아니고 충무로다라고 되뇌며, 다시 스크린을 쳐다 봐도,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부실함에, 어설픈 설정의 캐릭터는 그냥 웃어 넘기기에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로맨스는 또 어떠냐, 그 많은 앞분량을 지지고 볶는데 다 할애하더니, 결국엔 가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액션으로 어물쩡 넘어가는 안하무인까지, 어느것 하나 충실하지 못한, 그리고 집중하지 못해, 제대로 된 호흡도 가져가지 못한, 낯짝 두꺼운 뻔뻔함을 보여줬다. <7급 공무원>에서 만족했던 거라곤, 그저 짧은 웨딩 드레스 사이로 드러난 김하늘의 아롱사태 뿐이었다.

6.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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