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아스톤 빌라의 리그 30라운드 경기는 양팀 모두에게 승리가 꼭 필요했던 경기였다. 리버풀은 리그 우승을 위해서 풀럼과의 경기에서 패배한 맨유와 승점 차를 줄일 필요가 있었으며, 아스톤 빌라는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위해서 뉴캐슬에 승리하며 승점 3점을 획득한 아스날에 뒤쳐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 아스톤 빌라가 잘 나갈 때 맞붙었다면 아스톤 빌라도 해볼 만한 경기였겠지만, 최근 분위기만 본다면 아스톤 빌라에게 있어 리버풀은 너무나 버거운 상대였다. 레알 마드리드맨유을 완파했던 리버풀의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지쳐있던 아스톤 빌라 수비진이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아스톤 빌라의 페이스가 떨어진 이유가 얇은 스쿼드로 인한 체력적 부담에 있는데, 이번 경기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지적되었다. 더욱이 리그와 챔스리그만 남겨둔 리버풀의 체력적 우위와 비견되어 이런 문제는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리버풀은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며 아스톤 빌라의 골문을 위협했다. 초반엔 아스톤 빌라도 공격과 중원에선 리버풀에 전혀 밀리지 않는 분위기로 나갔으나 문제는 수비였다. 상대 수비를 압도하는 리버풀 공격수들의 능력적 우위에 아스톤 빌라 수비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첫골의 주인공 디르크 카윗


그리고 첫골이 전반 8분만에 터졌다. 프리킥 찬스에서 제라드가 찬 볼을 사비 알론소가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골문을 맞고 튕겨 나왔다. 하지만 볼은 카윗의 발 앞에 떨어졌고, 카윗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첫골을 성공시켰다. 이른 시간에 얻은 첫골로 인해 분위기는 리버풀에 완전히 넘어왔다. 경기 전체를 장악하며 효과적인 공격으로 추가골을 노리고 있었다. 아스톤 빌라도 이때까지는 승리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었다. 몇 차례 리버풀 골문을 위협할 만한 슈팅을 날리며 서서히 기회를 잡고자 했다. 번번히 레이나의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이때까진 경기 내용만 봤을 때는 그렇게 밀리는 경기가 아니었다.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제라드와 리에라


하지만 문제는 결정력에 있었다. 아스톤 빌라의 공격은 아슬하게 빗나가거나 레이나의 선방에 막힌 반면, 리버풀의 공격은 놀랍도록 날카로웠다. 레이나가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상대 진영으로 빠르게 달려 들어가는 리에라를 보고 길게 차주자, 리에라가 상대 수비와의 경합에서 볼을 따내며 문전까지 파고 들어 팀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 계속된 리에라의 돌파에 고전하던 리오코커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돌파해 들어오는 리에라를 무리하게 막다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까지 내주게 됐다. 키커로 나선 제라드는 프리델 골키퍼를 속이며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3대0으로 벌어졌다. 아스톤 빌라도 기회가 왔을 때 골을 성공시켰다면 이렇게 크게 스코어 차이가 날 경기가 아니었는데, 체력적 부담을 우려해 아그본라허를 선발로 넣지 않은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퇴장까지 당해버린 브래드 프리델


리버풀의 공격은 후반에도 그치지 않았다. 후반 5분만에 프리킥 찬스에서 제라드가 프리델을 속이며 오른쪽 구석으로 차넣으며 골을 성공시켰다. 제라드의 킥은 평범해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슈팅이었지만, 프리델이 역동작에 걸려 있어 몸을 날렸을 땐 미쳐 볼을 막아내긴 늦은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아스톤 빌라는 거의 자멸하는 분위기였다. 뒤늦게 아그본라허를 투입해 분위기를 바꿔보러 했으나 그 마저도 쉽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20분에 토레스의 단독 돌파를 무리하게 막으려던 프리델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내주며 퇴장까지 당해 수적인 열세까지 더해졌다. 키커로 나선 제라드는 이번에도 상대 키퍼를 깔끔하게 속이는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팀의 5대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승리로 리버풀은 첼시를 제치고 리그 2위로 올라섰으며, 맨유와의 승점 차도 1점차로 줄일 수 있었다. 맨유의 다음 경기가 아스톤 빌라인 것을 감안하면 맨유도 이제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루니와 스콜스의 퇴장에 베르바토프마저 부상 당한 맨유가 승리에 목마른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장담할 순 없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FA컵과 칼링컵에 일찍 탈락한 덕분인지 리그 막바지에 와서 상대적으로 첼시와 맨유에 비해 체력적 우위를 보이며 놀라운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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