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라는 의문을 갖을 수 밖에 없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영상들이 스크린을 뒤덮고 있으며, 초조한 눈빛의 이레나는 무언가에 쫒기는 듯이 행동을 재촉한다. 이에 관객을 몰입할 수 밖에 만드는 음산하고 기묘한 선율까지, <언노운 우먼>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훌룡한 시작을 선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언노운 우먼>은 <시네마 천국>의 두 거장 쥬세페 토르나토레와 엔니오 모리꼬네가 다시 만난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충분히 기대감에 부풀만 하다. 그리고 그런 기대에 충만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언노운 우먼>은 현재와 과거를 교차적으로 보여주며, 이레나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해준다. 미스터리한 행동의 근원은 무엇이며, 이레나의 행하는 죄악들과 떼아에 대한 끔찍스런 애착의 이유를 서서히 밝혀낸다. 이러한 과정은 어떠한 설명적 묘사없이 단순히 이레나의 묘한 행동과 표정만 나열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난다. 전혀 친절하지 못한 영상이지만, 그 속에서 서서히 짜맞춰지는 퍼즐 조각들은, 영화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큰 공헌을 한다. 그리고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이레나의 행동에 대해 어느정도 궁금증이 해소될 때 쯤이면, 이레나를 향한 또 다른 어두운 그림자를 등장시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끔 절묘하게 호흡을 넘겨 준다.


그런 점에 있어서 <언노운 우먼>은 여타 범죄 스릴러에서 봐왔던 범죄 찾기와는 다른 차원의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범인이 누구냐, 잡히느냐 마느냐의 차원이 아닌, 왜 라는 의문과 함께 몰두해 관음할 수 밖에 없는 이레나의 기구한 운명을 짜심새있는 스토리와 밀도있는 연출, 심장을 조여오는 듯한 음악, 시공간을 넘나드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로 훌룡하게 엮어 냈다. 게다가 단순히 미스터리 스릴러로 단장지어질 한계를 넘어선 차별화된 결말로 다른 영화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여운을 남긴다.


남자들은 쉽게 이해 안될 이 알수 없는 애착과 놓을 수 없는 희망의 끈이 되어주는 모성애에 대해 말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레나에게 있어선 또 다른 삶을 살게 해줄 수 있었던 유일한 미래였다. 화려한 금발에 화사한 화장과 옷으로 치장한 이레나의 과거에선 오직 단 한순간 딸기를 건내주던 넬로와 함께 할 때가 유일한 행복이었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에 가장 지옥과도 같은 절망 속에서 살아야 했던 이레나가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떼아를 찾아 나선 본능은 절망 속에서 찾은 유일한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이레나의 금발이 흑발로 변한 모습에서 이레나는 이미 모성을 품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단순히 몇가지 단어의 나열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언노운 우먼> 이었다.

9.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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