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슬러>를 보고 있노라니 미키 루크의 얼굴만 봐도 괜시리 슬퍼졌다. 예전 그 매력적인 미소는 온데간데 없고 덕지덕지 주름 잡힌 얼굴 가죽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더 레슬러>를 볼 수 밖에 없는 이유 또한 미키 루크가 연기하는 랜디 '더 램' 로빈슨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열정과 진정성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 레슬러는 어떠한 면에선 배우와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다. 연기를 통해 거짓을 진실로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랜디는 곧 미크 루크 그 자신이다. 짜고 하는 프로 레슬링이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땀과 열정과 경기에 대한 집념은 거짓이 아니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예전만큼 매력적인 얼굴도 아니고 탄력있는 몸매도 아니지만 그의 연기 속엔 땀과 열정이 있고,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


<더 레슬러>에서 뻔한 신파의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얼핏 <록키 발보아> 냄새도 나는 것이 보기도 전에 <더 레슬러>의 큰 줄기는 예상할 수 있는 범주 안에 존재한다. 80년대를 주름잡던 최고의 레슬러 랜디 '더 램' 로빈슨(미키 루크)의 눈물나는 인생 이야기가 특별한게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듯 <더 레슬러>는 큰 굴곡없이 흘러간다. 예상 밖의 의외성이나 큰 감정의 기복을 느낄 여력도 없다. 그저 퇴물이 된 랜디의 삶을 16미리 카메라로 쫓아 다니듯 흔들거리는 영상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쇼'로 단정지어 지는 레슬링 속에서 랜디는 열정으로 연기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 쇄약해져 가는 체력과 병들어가는 몸을 보면서 이제 현실의 나이를 직시하고자 노력하지만 현실 속의 랜디는 랜디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 봐도 몸에 맞지 않은 옷이 편할리 없다. 결국 마약같은 환호와 그 속에서 느꼈던 땀과 거친 호흡을 잊을 수가 없어 목숨을 담보로 링으로 돌아간다.  "들려? 저기가 바로 내 세상이야."

8.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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