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클라이브 오웬이 나오는 영화는 죄다 나와 맞지 않는 것인지, <인터내셔널>은 그 사실만을 확인하고 끝나 버린 꼴이 되버렸다. 117분 밖에 되지 않는 러닝타임을 마치 180분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느껴지게 하는 놀라운 체험도 함께. 시작은 그럴 듯 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음모의 실체를 파헤치는 인터폴 형사 루이 샐런저(클라이브 오웬)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이 있고, 하나씩 드러나는 암시 속에 뭔가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뿐이다.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낸 나머지 그저 그 끝의 벽은 너무나 두텁고 높았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끝나는 꼴이 됐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는 사실아닌가?


물론 인터폴 형사 루이가 모든 것을 다 때려부시고 악의 무리를 응징하고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긴 하지만 관객으로 가져야 할 기대치란 것이 있다. 최소한 달궈놨으면 사정은 못해 볼 망정 삽입은 해봐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점점 밋밋해져 가는 스토리 속에 긴박감과 스릴은 느낄 여유도 없었다. 그저 볼만한 것이라곤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너무나 사실적인 총격씬 뿐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너무나 길어 갈수록 힘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였다. 펌프질은 잔뜩 해놓고 서서히 바람을 빼다가 결국에 가선 "뭘 더 바랬냐"고 되묻는 듯한 맥 빠짐 속에 그저 죽은 똘똘이를 안위해야 했다.

5.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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