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결혼하다>는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가족이란 이름 아래 서로에게 너무 쉽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가족은 마냥 서로를 감싸 안아주야 하는 것인지, 가족이란 둘레에서 소비되는 감정들이 온전한 것들인지. 마치 킴(앤 해서웨이)의 가족처럼 서로에게 편안함 대신 속박과 구속으로 다가오진 않는지.

약물중독으로 인해 재활원에서 생활하고 있던 문제아 킴은 언니 레이첼(로즈마리 드윗)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며 얘기는 시작된다. 예상치 못했던 탓인지 어째 오랜만에 돌아온 킴을 그리 살갑게 반기는 분위기만은 아니다. 킴의 아빠도 그렇고, 새엄마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를 킴도 모를리 없다. 미묘하고 불안한 공기가 서서히 팽창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실제 결혼식을 앞두고 찍는 홈 비디오 마냥 흔들거리는 영상은 그 효과를 더 해간다.


처음의 반가운 척 해주던 것도 잠시, 그렇게 덮어주고 넘어가려 했던 감정의 골이 어느 한순간 폭발하면서 과거의 아픈 상처가 드러나고 결국엔 서로를 향한 원망이 남게 된다. 그것도 새로운 가족이 탄생 할 레이첼의 결혼식을 바로 눈 앞에 둔 시점에서 킴의 가족엔 해체의 분위기가 감지된 것이다.

하지만 <레이첼, 결혼하다>는 끝내 이들의 문제를 해피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모든 갈등과 오해와 상처가 해소되며 즐겁게 결혼식 노래를 합창하는 상투적인 레파토리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상처만 드러낸 채 방관 속에 서로의 상처만 확인할 뿐이다. 그리고 이방인처럼 불쑥 찾아왔던 킴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모두가 떠난 그 자리엔 공허함만 남게 된다. 그렇게 미봉책으로 끝난 상처의 치유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런 불운한 가족적 분위기가 결코 킴의 가족에게만 유효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요즘 시대의 모든 가족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닐런지.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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