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여행은 현실을 벗어나 일탈을 꿈꾸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술은 취기를 통해 평소에 하지 못했던 언행의 욕망을 해소시켜 주고, 여행은 현실의 무게감을 벗어 던지고 색다른 시공간 속의 존재감을 통해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낮술>은 이 두요소를 접합시켜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혁진의 욕망의 왜곡을 유쾌하고 현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워낭소리>와 함께 독립영화로써 꽤나 호평을 받았던 <낮술>이기에 기대가 높았던 탓인지, <낮술>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독립영화라는 범주 안에서 유효했다. 그 범주를 넘어가면 잘 만들어진 <드라마 시티>나 <베스트 극장>에서 봤을 법한 유사성에 봉착하게 된다.


<낮술>은 시작부터 혁진이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둔탁하고 거친 화면 속에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여자친구와의 이별의 슬픔을 잊고자 하는 혁진은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이끌리듯 강원도 여행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혼자 강원도에 왔다는 사실에 돌아갈까도 생각해보지만, 왠지 여행이 주는 기대감에 혹시 모를 무언가를 기대하며 홀로 강원도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혁진은 계속되는 사건과 맞이할 때마다 여행의 지속성에 대한 소심한 갈등을 유지해 간다.

여기에 <낮술>은 혁진의 성격과 대치되는 비현실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혁진과의 부조화를 통해 아이러니한 웃음을 자아낸다.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혁진을 향해 대뜸 욕을 하는 란희도 그렇고, 처음 보는 남자에게 대뜸 술을 사달라고 하는 펜션녀도 그렇고, 혁진에게 형님 형님하며 들러붙던 펜션녀의 남자친구도 그렇고, 음흉한 눈빛을 보내며 혁진의 몸을 더듬던 트럭운전사도 그렇고 모두 현실에 맞닿아 있는 인물들은 아니다. 그렇지만 혁진과의 성격적 조화를 통해 현실감있게 영화 속에 녹아든다. 소심한 혁진의 성격과 달리 그들은 모두 먼저 혁진에게 술을 권한다. 그런 권유를 혁진 또한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 판타지를 꿈꾸던 혁진의 욕망은 다른 방향으로 현실화되고, 혁진의 비극이 관객에겐 희극이 되 듯이, 그의 욕망의 왜곡이 커질수록 웃음으로 환원되는 몫 또한 커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공감대를 잘 유지해 나간다.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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