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도 맨유지만, 진짜 이번 라운드 박지성은 너무했다. 어떻게 그런 찬스를 날려먹었는지. 경기 내내 호날두의 실수를 비난했는데 박지성의 그 한번의 슈팅이 호날두에 대한 기억을 잠재웠다. 2002 월드컵 미국전에서 최용수가 날려먹는 슈팅보다 더 했으니 말 다 했다. 오른쪽에서 네빌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뚫으며 키퍼와 1대1 찬스를 만들어줬는데 볼을 골문 위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저 툭 발만 갔다 댔어도 골인데... 실망하던 퍼거슨의 표정과 해탈한 듯한 코치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 저놈이랑 재계약을 해? 말어? ⓒ MBC ESPN 방송 캡쳐


경기 초반부터 수비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타이트하게 맨유 선수들을 마크하던 보로였지만, 역습 상황에서의 정교함이나 날카로움은 부족했다. 볼 점유율도 그렇고, 골 찬스도 그렇고 맨유가 압도한 경기였다. 알베스의 몸은 전체적으로 무거워 보였고, 알리아디에르나 다우닝의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도 전무했다. 그저 툰카이 파이팅만이 빛났을 뿐이었다. 이런 보로를 상대로 맨유는 많은 슈팅을 만들어 냈지만, 좀처럼 골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번 시즌 전체적으로 맨유가 그러했듯 이번 경기에서도 되풀이되는 문제였다.

전반에만 무려 18개의 슈팅을 날렸을 정도로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유효 슈팅은 단 4개 뿐이었다. 그 만큼 맨유의 공격수들의 슈팅이 전체적으로 좋지 못했다. 특히, 호날두는 지난 시즌 그렇게 쉽게 골을 넣더니 이번 시즌엔 좀처럼 슈팅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반에 박지성이 빼낸 볼을 루니에게 연결했고 루니가 베르바토프에게 준다 다시 돌려받으면서 공간 돌파를 한 뒤 들어오던 호날두에게 내준 장면은 지난 시즌 보여줬던 위협적인 콤비 플레이였는데 어이없게도 호날두의 슈팅은 골문 옆을 지나치고 말았다. 호날두 뿐만 아니라 루니의 슈팅도 번번히 턴불 골키퍼의 손에 막히고 말았다.

후반에도 맨유의 공격은 계속 되었지만 아쉬운 장면만 계속 되었다. 박지성도 전반에 비해 더 많은 공격가담과 볼 배급으로 많은 슈팅을 만들어냈지만 골문을 향하진 못했다.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 날렸던 슈팅이나 중앙 돌파 후 직접 노렸던 슈팅이나 루니와 2대1 패스 이후 날린 슈팅 모두 골문을 빗나갔다.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슈팅을 날려서 골에 기대감을 높였지만 아쉽게도 골은 터지지 않았다. 수 많은 찬스를 날렸던 호날두, 루니, 박지성이었지만, 골은 베르바토프의 발 끝에서 나왔다. 캐릭이 왼쪽 사이드에서 올린 볼을 보로 수비진이 확실히 걷어내지 못하자 베르바토프가 가볍게 차넣었다.


이후 호날두와 플레처 대신 긱스와 스콜스를 넣으면서 공격을 변화를 줬다. 확실히 스콜스가 들어오니 공격의 패턴이 달라졌다. 좌우로 넓게 벌려주는 롱패스가 살아나면서 측면 공격이 더 활발해졌고, 보로의 타이트한 수비에 고전하던 중원에도 안정감이 생겼다. 이런 스콜스의 볼을 받아 추가골을 넣기 위한 맨유의 공격은 계속 됐지만, 좀처럼 추가골 기회를 만들어내질 못했다. 힘겹긴 하지만 어쨌거나 승점 3점을 획득하며 선두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할 듯 하다. 이번 라운드에서 박지성은 골만 넣었어도 평점 9점짜리 활약이었는데, 이래저래 팀으로써나 본인으로써나 아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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