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예고편에서 느꼈듯이 확실히 욕심이 과했다. 과욕을 부린 탓에 노련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보니,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해졌다. 서로가 응집되어 빛을 발하기보단 순간순간 튀어나왔다 들어가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점에서 욕심부리지 말고, 군더더기를 잘라냈더라면 더 좋을 뻔 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방만하고, 전반부와 후반부의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못하다. 단절된 느낌의 호흡은 극의 긴장감을 한순간에 빼놓고 만다. 그리고 스크린에 담아낸 거대한 스케일 만큼이나 치밀하고 정교하지 못한 플롯은 다른 영화에서 보던 뻔한 익숙함에 길들여져 있다. 차례로 죽어가는 인물들의 향연은 너무나도 확연해 관객들이 감흥할 틈도 주지 않는다. 그저 정해진 노선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수준이다.


"빼앗긴 세대"들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했던 첫장면의 텍스트는 새라(니콜 키드먼)와 드로버(휴 잭맨)의 만남 이후 급속히 휘발되고 만다. 그렇다고 두 배우의 단순한 멜로물만도 아니다. 그 둘을 둘러싼 시대적 그리고 상황적 배경으로 인해 대서사극 형태를 띄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서사의 폭은 러닝타임을 담아낼 만큼 그리 거대하거나 웅장하지 못하다. 그저,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의 다윈시 폭격이 전부다. 1시간을 넘게 말을 타고 소를 몰았으니 어쩔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소몰이를 하면서 그 안에 선과 악의 대립구도도 넣고 있다. 다분히 평면적으로.

그러면서 호주 원주민에 대한 차별문제나 혼열아동에 대한 역사적 사실도 언급하고 있다. 다분히 반성한다는 투로. 거기다가 반라의 원주민을 등장시켜 위기 때마다 기묘한 능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장르적 애매함까지 더한다. 추가로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가족적 휴머니즘도 한 몫한다. 그래놓곤, 또 마지막엔 "빼앗긴 세대"들을 언급하는 염치없음을 보인다. 이렇게 다 찝쩍대고 나니, 2시간이 넘도록 제대로 짚고 넘어간 부분이 없다. 그저, 마지막에 우리 모두 행복해요가 전부다.

그렇다고 <오스트레일리아>가 못 봐줄 만한 영화는 아니다.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나 전반부에 펼쳐지는 화려한 호주의 풍광은 한컷 한컷이 한 폭의 그림같다. 스크린 가득히 펼쳐진 드넓은 평원과 호수 위를 달리는 소떼들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호주의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기엔 스크린이 부족할 만큼 넘치고 흐른다. 색감 또한 화려해 먹기 좋은 음식처럼 맛깔나게 호화스럽다. 그리고 화려한 이미지 속에 잘생기고 아름다운 두 배우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그만큼 볼거리는 충분하다. 특히, 키드먼 누님의 미모는 여전하다. 처음 극장에 들어설 때 과연 2시간 4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어떻게 견뎌낼까 고심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엉덩이를 들썩인 횟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뭐, 연말에 연인들이 보기엔 이만하면 됐다.

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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