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 플레이오프를 맞아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보단 관중이 많았다. 특히, 요즘 농구의 모비스가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서 그 쪽으로 관중이 쏠리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울산도 울산이지만, 포항의 원정 서포터들의 규모는 굉장했다. 경기 내내 응원의 기세에선 완전히 밀린 경기였다. 90분을 넘어 연장까지 120분 내내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며, 선수들에 힘을 불어 넣어주는 포항 서포터즈의 모습은 열정 그 자체였다.

▲ 수비는 막고, 공격은 넣는다. 전술 끝! ⓒ sportalkorea


사실, 경기는 진짜 재미 없었다. 울산이야 원래 그렇다지만, 포항도 확실히 중원에서 공격을 풀어줄 선수가 없다보니, 박원재와 최효진에 볼이 쏠릴 수 밖에 없었고, 이런 사이드 돌파는 울산은 수비를 확실히 뚫어내지 못했다. 가끔 골대 앞에서 슈팅을 때렸지만 정확히 임팩트가 되지 못하며 찬스를 날렸다.

울산은 용병만 3명을 공격에 포진시켰고, 나머지 포지션은 수비지향적인 선수로 배치시켰다. 늘 그렇듯이 공격은 롱 볼에 이은 얻어걸리기가 고작이었다. 가끔 알미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혼자 무언가를 해내기엔 역부족이였다. 그렇다보니, 골도 없이 120분의 경기를 보는 것은 고욕이었다.

울산의 스타 염기훈은 아직까지 정상이 아니었다. 사이드로 빠져서 함차게 달리기 보단 다소 내려와서 볼을 받아 전개해주는 정도로 몸을 아꼈다. 역습 찬스에서도 빠른 발로 수비를 제쳐내지 못하고, 템포를 늦추며 동료오의 협력을 기대했다. 크로스 타이밍도 애매했고, 코너킥에서도 좋은 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소속팀에서도 정상이 아닌 선수를 왜 대표팀에 뽑았는지 의문이다. 허감독님. 예? 대답 좀!

▲ 오늘 승리의 수훈갑. 김승규 ⓒ SEN


이날 최고의 스타는 김승규였다. 120분이 다 끝나갈 무렵 좋은 선방을 보였던 김영광을 대신해 들어간 김승규는 승부차기에서 노병준과 김광석의 슈팅 방향을 정확히 예측해 2차례 선방을 선보이며 울산에 승리를 안겼다.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오장은이 한차례 놓치긴 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깔끔히 마무리 했다. 특히, 이진호는 앞서 오장은이 놓친 분위기에서 과감하게 키퍼 옆구리를 통과하는 슈팅을 날리며, 한껏 분위기를 올렸다.

어쨌거나 이겨서 좋긴 했지만, 확실히 해외리그 재방송 보는 것보다 못한 경기는 정말 경기장 가기 싫게 만든다. 들어가지 않아도 슈팅이 자주 나야 재밌을 텐데, 뻥뻥 차대는 볼만 쫒아다니며, 헤딩싸움만 하는 꼴이라니. 제발 돈 아깝단 생각 안들게끔 경기 해줬으면 한다. 심판은 대체로 괜찮았다. 경기 운영도 깔끔했으며, 판단 또한 단호했다. 리그 경기도 해외심판 쓰는 걸 적극 검토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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