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것으로 예상되었던 사우디 원정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면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게다가 UAE가 이란과 비겨주면서 이번 승리에 더 힘을 실어 주었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어 방심하긴 이르지만, 이정도면 괜찮은 페이스로 보인다. 이번 경기에서도 최고의 수훈 선수는 역시 이영표와 박지성이였다. 괜히, 해외파가 아니란 것을 증명했다. 이영표는 전체적인 수비조율과 함께 적극적인 공격가담으로 노련한 경기 운영을 보여줬으며, 박지성은 프리롤에 가까운, 공수를 넘나드는 최고의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특히, 적극적인 협력수비는 최고였다.


경기 초반, 확실히 사우디는 강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거친 축구를 구사하면서도, 빠르고 유연한 개인기를 보유하고 있어 우리 수비들이 고전했다. 특히, 전반 초반에 기세좋게 몰아부칠 때는 금방이라도 골이 들어갈 것 같은 기세였다. 연이은 이영표의 선방이 없었다면, 아마 경기는 어려워졌을 것이다. 오범석은 확실히 김동진에 비해 안정감이 덜하다. 중앙 수비로 나온 조용형과 강민수도 세트 피스에서 마크한 선수를 놓치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아직까진 수비에 많은 문제가 있어보인다.

경기는 대체적으로 기성용과 김정우를 수비지향적으로 배치한 까닭에 뻔한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박지성과 이청용, 이근호의 빠른 발을 이용한 사이드 돌파가 고작이었다. 그래서인지 전반의 대부분은 사우디의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래도 역습 찬스때마다 많은 프리킥과 코너킥은 얻어낸 것은 좋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득점찬스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천수나 김형범, 박주영같은 프리키커가 없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후반이 되면서 경기 분위기를 주도해 가기 시작했다.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서서히 경기를 지배해 갔으며, 반대로 사우디가 역습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쉽게 득점이 나진 않았다. 이청용에 패스를 받은 정성훈의 슈팅은 기퍼의 선방에 막히고, 박지성의 갑작스런 돌파에 이은 중거리슛도 빗나가면서 힘들게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경기는 장악했지만, 결정적 한방이 아쉬웠다.

이 때, 경기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하자지의 퇴장이 나왔다. 사우디의 역습때 수비가 완전히 뚫린 상황에서 이운재가 부딪히며 넘어진 것이 헐리우드 액션으로 판정되어 옐로카드를 받은 것이다. 결국, 하자지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 사실, 페널티킥을 선언해도 될 만한 상황이었는데, 주심의 판단의 이런 판단은 우리에게 행운이 되었다. 이후, 수적 우위 속에서 손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골이 터지지 않자, 정성훈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했다.


그리고, 마침내 첫골이 터졌다. 2002월드컵의 포르투갈 전은 연상시키는 이영표 크로스를 박지성이 감각적인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낸 뒤 때린 슈팅이 이근호에 연결되었고, 이근호를 밀어 넣으면서 선취골을 뽑아냈다. 사우디는 선수 교체를 통해 동점골을 노렸으나 수적인 불리함을 이겨내진 못했다. 그래도 위협적인 슈팅을 몇 차례 허용하면서 실점 위기를 자초한 것은 좋지 못한 모습이었다. 종료 직전 몇차례의 위기를 넘긴 뒤 교체로 들어온 박주영이 추가골을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문성 해설은 김정우의 수비 능력을 칭찬했지만, 개인적으론 그리 좋지 못했다고 본다. 패스 타이밍에서 볼을 끌어 상대에게 차단당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좋은 역습 찬스에서 어이없는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기도 하고, 전체적인 경기 조율에 있어서도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적극적인 수비로 상대 공격을 많이 차단해내긴 했지만, 이는 박지성과 정성훈의 수비가담에 이은 협력수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김두현이 합류하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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