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숲>은 다소 진부한 캐릭터 설정에서 시작한다. 마치, 살리에르와 모차르트를 연상시키듯, 슈헤이는 자신의 의지보단 거스를 수 없는 숙명적 책임감때문에 일본 콩쿠르 1위를 위해 힘든 레슨을 견뎌내며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노력형이라면, 카이는 그저 자신이 즐겁기 위해 했던 놀이의 하나로써 피아노를 쳐온 악보도 못 읽는 천부적인 능력의 천재형이다. 하지만, 이런 상반된 캐릭터의 만남을 단순히 대결 구조로만 그려내지 않고, 초등학생 수준의 연령이 가져다주는 동심의 순수함을 접목시켜 따스함과 아기자기함, 그리고 그 둘의 내적인 성장을 그려낸다.


힘든 콩쿠르 1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야 했던 슈헤이의 적은 피아노였다. 자신의 연주는 그저 오랜 노력의 결과물로써 얻어진 땀의 결실일 뿐이었고, 피아노는 자신이 스스로의 만족과 집안의 행복을 위해 싸워이겨야 했던 도구에 불과했다. 카이 역시 자신에게 있어 피아노란 그저 단순한 놀이였으며, 그저 즐겁기만하면 될 뿐이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도 없었으며, 피아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도 없었다. 하지만, 이 둘은 만나면서 서로가 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눈 뜨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아마미야 슈헤이


이런 초등학생의 대결로 보이는 <피아노의 숲>가 성숙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바로 슈헤이의 어른스러움 때문이다. 카이의 능력에 대해 경외심을 느끼면서도 그를 시기하지 않고 더 나은 피아니스트가 되길 바라며, 자신 스스로가 카이를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부족함을 책망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만의 피아노를 위해 더 나은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원동력으로 삼는다.


원작에 비해 너무 착하기만 해서 다소 심심한 것이 흠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율이 다소 진부할 수 있는 흐름에 리듬감을 더해주면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느낌을 준다. 뭐, 이정도면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 생각된다.

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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