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은 <바다가 들린다>, <귀를 기울이면>보다 더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27살 타에코의 추억은 초등학교 5학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농촌에서의 삶을 동경했던 타에코는 휴가 차 시골로 떠나 생활하면서 자신의 추억들을 하나씩 떠올려 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년시절의 동심을 떠올리며 그들의 순수함을 맛 볼 수 있긴 하지만, 그저 더듬어가는 추억을 지켜보기엔 다소 지루한 면이 있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었다.


다른 일본애니에서 어렴풋이 드러냈듯 <추억은 방울방울>도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모해가는 일본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들 농촌이 싫어 떠나는 가운데, 유기농법으로 농촌을 지켜나가는 토시오와 농촌의 삶을 동경하며 즐기는 타에코를 통해 이런게 바로 사람사는 냄새야라고 말하듯 현대인을 계몽하자고 하는 느낌도 있다. 그만큼 농촌에서의 삶을 디테일하게 잘 표현해 냈고, 어린 시절의 추억들도 순수한 감성으로 잘 그래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여행과 추억, 그리고 동심의 이면에 타에코의 내적 성장을 담아내고 있다. 과연, 그녀는 농촌을 사랑하는가. 그저 내 문제가 아닌 한순간 머물렀다가 떠나면 그만인 추억의 한자락을 남기고 싶은 욕심은 아니었는가. 그것이 진심이었나. 진심을 가장한 위선이었나. 마지막이 되서야 그녀는 스스로에게 자신의 진정성에 대해 되묻는다. 하지만, 이러한 물음은 비단 타에코, 그녀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일본사회가 안고 있었던 사회적 변화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성찰이었다. 어떠한 면에선 애니를 통해서나마 이런 진지한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로 일본 사회가 부럽기까지 하다.

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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