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감독이란 이유로 <구구는 고양이다>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래, 이건 내 취향이 아닐 뿐이야"라고 안위하며, 극장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서정적이고, 여성향스러운 영화가 내게 어울리니 없을테니 말이다. 그런 감성을 시멘트 바닥같이 메마르고, 척박한 내 정서가 쉽게 받아들리 없다. 그래서 지루했던거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만화가 원작이라 하는데, 아마도 순정만화였지 싶다. 아사코를 중심으로 주변인물들과의 소소한 일상으로 맑고 투명하게 아기자기한 감성으로 풍부하게 담아낸 것이 딱 그렇다. 이야기의 전개도, 인물 설정도 대체로 만화적이고, 연이어 나오는 일상에서의 사건들도 만화적으로 연출해내고 있다. 마지막에 만화적 판타지까지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루즈하게 진행되는 전개와 대사처리, 그리고, 딱 일본스러운 연출은 역시나 거부감이 든다.

후회했다. 그냥 예매권 남 줄 걸 그랬다. <구구는 고양이다>를 보는 내내 지루함과 고단함에, 그리고 정서적 차이를 공유할 수 없음에 튀쳐나오고 싶었다. 그래도, 꾹 참았다. 졸지 않고 다 본게 기특하다. 아, 고어물로 맑아진 내 정서를 더렵혀야 겠다.

5.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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