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부산의 경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자신들의 처지를 모르는 것 같다. 내가 괜히 경기장에 한번 간 이후 다시 안 가는 것이 아니다. 툭 까놓고 얘기해서 부산 선수들의 실력이 어느 수준일 것 같은가. 타 구단 선수들에 비해 딸리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개개인의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팀 자체로 봤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상대보다 자신들의 전력이 약하다는 것을 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상대를 이기고 위해 한발 더 뛰어서 그 차이를 줄여 나가야 한다. 하지만 부산 선수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이길 수 없음을 단정 지어 버리는 것 같다.

반면 오늘 대구의 수비는 감동 그 자체였다. 최근 대구가 성남과의 경기에서 4실점하고, 경남과의 경기에서 4실점해서, 부산도 이런 대구의 수비라면 득점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게다가 지난 경기에서 3대2로 아깝게 패배했었으니, 이번엔 이길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에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바람이었다. 대구의 수비는 완전 몸을 날리는 육탄 방어에 가까운 수비를 보여줬다. 정말 공격수가 보면 질릴 만큼 놀라운 투혼이었다. 마치 지난 경기들의 많은 실점을 이번 부산과의 경기에서 만회하겠다는 각오처럼 말이다.

그에 비해 부산의 수비는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일관했다. 전반 초반부터 실점을 하며 삐끗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전 경기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격에서도 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하더니 마지막에 가선 제풀에 쓰러져 버렸다. 물론 전반에 심판이 페널티킥을 불어주지 않아 억울할 수도 있었겠지만, 매번 있는 일이니 빨리 마음을 추스렸어야 했다. 나중에 가선 공격수들은 역습 상황에서도 공격의 의지가 없었으며, 수비수들은 상대 선수를 쫒아가는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

경기 초반에 실점하긴 했지만, 스코어는 1대0이었으니, 경기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최소한 동점을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뛰어야 했다. 하지만 부산은 너무 했었다. 게다가 홈 경기에서 이런 경기력은 정말 관중들을 위한 매너가 아니었다. 어떻게 수비 6명이 공격 2명을 막지 못하는지, 뻔히 이근호는 치고 달릴 것이고, 에닝요는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으며 공간을 찾아 들어갈 것이 분명했는데, 그걸 못 막고 추가 실점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막판에 완전 무너지면서 대량 실점까지 허용해 버렸다. 이근호는 도움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이것은 굴욕이었다. 선수들의 굴욕이 아닌 관중과 팬들의 굴욕이었다. 과연 이런 팀의 선수들을 계속 응원해줘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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