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말로 말해서 독일이 스페인에 제대로 발렸다. 발려도 발려도 이렇게 발릴 수가 없다. 제대로 된 공격 한번 못해보고 꼼짝없이 당했다. 1대0의 스코어론 경기 내용이 박빙이었던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3대0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 내용이었다. 그만큼 독일은 스페인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애초의 우려와 달리 발락은 경기에 선발로 출장했다. 하지만, 그런 무리한 출장은 오히려 독이 되어 작용했다. 발락은 이렇다 할 활약없이 머릿수만 채우고 있었다. 머릿수만 채운 선수는 발락뿐이 아니었다. 클로제는 클로킹 모드였으며, 포돌스키 역시 득점왕엔 관심없는냥 경기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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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락의 준우승 징크스 ⓒ 연합뉴스


공격수 대부분이 190Cm에 육박하면서도 늙은 푸욜 하나를 제치지 못했다. 사실 푸욜과 경합하기도 전에 크로스부터 막힌것이라 봐야 옳겠다. 슈바인스타이거, 포돌스키, 람, 얀센. 모두 사이드 돌파에 힘들어 했으며, 억지스레 뚫은 후에 올리는 크로스도 번번히 상대 풀백들에게 막히고 말았다. 독일에 있어서 그나마 아쉬운 장면이, 마르체나의 핸들링 반칙을 불어주지 않은 장면일 정도로 이렇다 할 공격 장면이 없었다.

이에 반해 스페인은 이번 대회 내내 유지해온 경기력은 유감없이 발휘했다. 누가 공격수고, 누가 수비수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예측불허의 패스들이 난무했으며, 독일 수비들은 선수를 쫓아가야 할지, 볼을 쫓아가야 할지 갈등하는 모양새였다. 토레스를 필두로 실바, 파브레가스, 사비, 이니에스타, 라모스까지 모두 쉴세없이 독일 골문을 두드려댔다. 토레스가 골대를 맞춘 헤딩슛이나 실바가 허공을 향해 날린 슈팅이나 라모스의 사이드로 빠지는 슈팅이나 세나의 헛발, 이니에스타의 레만 가슴에 안긴 슈팅까지 그야말로 난사 수준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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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슈팅을 막은것인지 막힌것인지, 아무튼 실점만은 면하고 있었으나, 전반 토레스에게 한순간 찬스를 내주면서 실점한 것이 결승골로 연결되었다. 사비의 패스가 워낙 좋기도 했지만, 람의 볼 처리가 아쉬웠다. 그냥 사이드로 걷어냈거나 레만과 좋은 호흡을 보였다면 실점은 막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아무리 발 빠른 람이라도 토레스의 스피드를 무시한 것이 화근이었다. 골대를 등지고 있던 자신과 달리 골대를 바라보고 있던 토레스는 더 빠른 가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스페인은 대회 내내 절정의 팀 플레이를 선보이며 무패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44만이다. 반면 독일은  1972년, 1980년, 1996년에 이어 2008년까지 유로대회 우승에 도전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발락의 준우승 증크스는 이번에도 계속됐다. 레버쿠젠 시절과 2002 한일월드컵의 준우승, 2006 독일월드컵의 3위, 그리고 첼시에서의 준우승까지. 준우승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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