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인지, 불행인지 북한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이 나오지 않았다. 죽으나 사나 박지성만 외쳐대는 한국 축구의 모습이 한심했었는데 말이다. 사실 박지성은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 선수이. 어제 경기와 그 전에 경기들을 비교해 보면서 어느정도 증명이 됐다. 절대 박지성의 갖고 있는 실력과 능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박지성의 갖고 있는 능력이 현재 한국 대표팀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느냐는 것이다. 현재 한국 국구대표의 모습을 봐선 박지성 같은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경기장을 누벼줄 선수보단 전체적인 경기를 조율하고 운영해 나갈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 국가대표엔 제2의 김남일이 필요하다.

최근 계속되는 경기 속에서 실망적인 공격력과 정말적인 수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 칭찬해줄 수 있었던 부분은 더블 볼란테로 나왔던 김남일과 조원희였다. 홀딩맨으로 변신한 조원희도 새로웠지만, 앵커맨의 롤모델이 되어 준 김남일도 반가웠다. 두 선수는 더블 볼란테가 보여줘야 할 모습에 충실하고 있었다. 양쪽 풀백이 공격에 가담했을 시 그 빈자리를 커버해주면서 상대의 역습 상황에선 1차적으로 공격 흐름을 끊으며 수비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김남일과 조원희의 재발견은 지난 월드컵에서 발을 맞춰던 선수 구성을 보면 그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은 3-4-3 포메이션으로 중앙에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드 2명을 배치했었다. 앵커맨 유상철과 홀딩맨 김남일이었다. 그 당시 김남일의 플레이 스타일은 누구나 기억하듯 굉장히 거칠고 투박했다. 그리고 상대 공격수에겐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그에 반해 유상철은 수비적인 역할도 가담했지만, 경기장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싱력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조율하는데 충실했다. 그리고 폴라드와 경기에서 보여줬듯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 능력도 보유하고 보여줬었다. 성적이 보여줬듯 성공적인 조합이었다.

유상철 이후엔 김남일과 이호가 짝을 맞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그리 안정감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호는 너무 거칠기만 한 나머지 반칙을 너무 남발하기만 했고, 김남일 역시 자신의 정확한 역할을 인지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그만큼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자신들의 역할 분담이 불분명했다. 그래서 2006 월드컵에서 이을용과 김남일이 호흡을 맞추길 바랬는데, 아드보카트의 이호 사랑은 말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2008년, 조원희가 왕성환 활동력과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희생정신으로 풀백에서 홀딩맨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그리고 김남일은 자연스레 앵커맨이 되었다. 수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탓인지, 둘의 역할은 명확했고, 정확했다. 조원희는 흡사 2002 월드컵에서 김남일이 보여줬던 길들여지지 않은 투박한 야생마와 같은 모습이었다. 감남일도 달리진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추고 돌아왔다. 상대의 패스 길을 적절하게 차단하면서, 역습시 날카로운 공격적 패스의 정확성이 돋보였다. 넓은 시야로 정확하게 좌우에 패스를 넣어주며, 경기의 흐름을 좌지우지 했다. 지난 요르단 전을 보면 김남일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 후반 급격한 체력의 저하를 보인 김남일이 교체로 나간 뒤 흔들리는 한국 팀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용형이 대신했지만, 무너지 공수 밸런스는 어쩔 수가 없었다.

북한과의 경기에서도 김남일의 필요성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김정우가 오랜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와 김두현과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직 김남일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후반 김남일이 교체되어 들어온 이후 전체적으로 공수의 안정감을 찾았고, 상대의 역습 횟수가 현저히 적어졌다. 게다가 넓게 경기장을 보면서 좌우로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패스도 탁월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현재 김남일이 나이가 32살이란 것이다. 무리해서라도 김남일이 90분 풀타임을 뛸 수는 있지만, 체력적 부담과 함께 경기력 저하도 우려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제2의 김남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소속팀에서 안정적으로 모습을 보여주는 오장은도 괜찮다고 본다. 이호에게도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 예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박지성도 충분히 소화해 내 수 있다고 본다. 어찌됐든 제2의 김남일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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