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국가대표의 경기가 볼 때마다 실망스럽다. 시간에 지남에 따라, 경기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선수들의 호흡은 맞아가고, 경기 전술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가야 정상이다. 수비 조직력은 좀더 탄탄해지고, 중앙의 패스 플레이는 좀더 유기적으로 흘러가고, 공격은 좀더 빠르고 날카로워지면서 말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축구의 모습은 사냥하는 방법을 잊은 호랑이처럼 그저 먹이감에 농락 당하며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다.

북한과의 경기는 6:4의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위협할 만한 찬스는 없었다. 북한보다 적었던 유효 슈팅이 그거을 말해준다. 많은 코너킥 숫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슈팅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상대가 수비를 촘촘하고 타이트하게 나올 때 어떻게 경기를 펼쳐야 하는지, 어떻게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공격수들은 수비들 틈 사이에서 어떻게 경합을 해야 하는지, 어느 위치에서 볼을 받아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리한 사이드 돌파에 공격이 끊기기 일쑤였고, 중앙으로 제대로 연결된 크로스도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마치 상대가 우리의 진을 빼놓으려고 설치한 덫에 걸려 쉴새없이 쫒아다니다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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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은 활약했던 안정환 ⓒ NEWSIS


김두현은 어떻게 공격을 풀어내야 할지 모른 채, 선수의 위치를 확인하려 볼을 잡고 망설이는 모습을 자주 내비쳤다. 그러다 허둥지둥 사이드로 돌렸고, 사이드에선 돌파를 시도하려다 여의치 않자, 수비쪽으로 돌을 돌렸고, 수비에선 다시 중앙으로 볼을 연결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상대에게 볼을 뺏겨 역습을 허용하는 그런 수순이었다. 전반에 김정우와 주고 받은 패스 플레이를 제외하면 그저 볼만 오래 소요하다 나온 꼴이었다. 패스를 주는 선수나 받는 선수나 약속된 플레이는 없었다.

이청용도 요르단 과의 경기에서 보여줬던 빠르고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저 볼만 질질 끄는 모습에 불과했다. 안정환의 윙 포워드도 이해할 수 없는 위치였다. 예전 독일에서 뛸 때 그 자리에서 배치된 적이 있긴 했지만, 현재 스피드와 돌파력을 고려하면 그리 좋은 위치는 아니었다. 그리고 교체되어 들어온 박주영은 결정적인 찬스를 너무 쉽게 날려버렸다. 이런 박주영을 이전 경기에선 90분 내내 출장시키더니, 이번에도 기어코 교체로 투입시킨 허정무 감독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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