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가 개봉할 당시만 해도, 으레 야구와 관련된 코미디 영화겠거니 생각해서 당연히 볼 생각을 안 했었다. <스카우트>의 포스터만 봐도 그렇다. 야구선수 선동렬에 매달려 있는 임창정의 우스꽝스런 모습에서 대충 스토리가 그려졌다. 거물급 투스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임창정식 코미디 영화 아니겠는가.

내용도 내용이지만, 주인공 임창정만 해도 임창정이 나온 영화를 보고 제대로 웃어 본 적이 <비트>와 <색즉시공> 밖에 없던 탓에, 영화의 제목부터, 포스터에 배우까지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집합체였다. 강부자 내각만큼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시간이 아까워서 선택하기 망설였을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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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영화사에서 이러한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좋은 평가로 입소문을 타기 원했다면 그건 큰 실수 한거였다. 아무튼 이 슬픈 실패의 사연이 있는 <스카우트>는 내용마저 슬프다. 포스터에서 그려지는 내용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5.18이 일어나기 10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얘기를 시작한다. 선동렬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인물들의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을 얘기하고자 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이 잘빠진 시나리오는 감독의 유치한 연출에 웰메이드로 태어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초반 괴물 투수를 찾아나서는 과정은 지루하고 유치하며, 후반 로맨스나 과거사 부분과의 연결고리는 탄탄하지 못하다. 어째 모양새가 영화 홍보를 위해 억지스레 코미디 부분을 얹혀놓은 것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다. 이런 억지스런 코미디는 마케팅을 위한 최대 도구로 활용되는 실수를 한번 더 범한다. 차라리 5.18이 가져온 또 다른 슬픔인 두 연인의 멜로를 적극 활용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임창정식 드라마라고 했다면 말이다.

그래도 임창정이 가지고 있는 고정된 이미지는 <스카우트> 속에 잘 녹아있다. 고정된 이미지 속에서 최대한 뽕(?)을 뽑아냈다고 할까. 임창정은 비극 속에 희극을 연기할 줄 아는 배우다. 슬픈 상황 속에 묻어나는 임창정의 오바스런 연기는 웃음과 슬픔을 교차시킨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 남자연기상을 괜히 받은게 아니다. 임창정 못지 않게, 엄지원의 연기도 빼어났다. 박철민도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좌빨들의 정치공작용 영화란 평을 받았던, 다소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5.18을 그리고 있는 <화려한 휴가>에 비해 거부감을 최소화시키면서도 우리의 아픈 과거사를 진지하고 영리하게 결합시킨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영화가 이렇게 묻히는 것은 다소 아쉽다. 그렇다고 강추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봐줄 만한 것은 분명하다.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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