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축구 국가대표의 경기는 언제나 기다려지는 빅매치였다. 상대가 어느 팀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국대의 경기는 관심의 대상이였고, 국대의 실력이 한국 축구를 가늠하는 척도였다.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는 유로 2008에서 보여지는 유럽팀들에 비해 형편없는 경기력이였다. 비단 어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몇년 전부터 그랬다. 국가대표 경기를 보고 "재밌다"라고 느낀 적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기대치가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언제나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높은 수준의 유럽축구는 한국축구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높아진 눈은 국대 경기에서 유럽수준의 축구를 구사하길 기대하게 됐다. 하지만 현재 국대의 경기력은 이에 한참을 못 미치는 실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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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 결과는 김두현의 해트트릭으로 3대1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기쁘다기 보단 재미없고, 지루했던 경기력에 실망만 존재했다. 우물안 속 개구리처럼 유럽의 수준 높은 축구와의 격차가 높아만 보였다. 과연 유로 2008 본선 팀들과 한국이 경기한다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까 궁금했다.

김두현의 강한 중거리 슈팅으로 초반 시간대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쯤되면 지난 투르크메니스탄 전과 같은 대승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아진 경기력은 온데간데 없었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선제골을 넣고 잠그면서 선수비 후역습의 모양새였다. '크렌델레프' 처음 들어보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선수 이름이 아직까지 기억난다. 경기 내내 이용수 해설은 이 선수의 이름을 반복해댔다. 마치 이 선수 혼자 빅리그에서 뛰는 냥 생각될 정도로 돋보였다. 크렌델레프가 뛰는 러시아 리그도 좋은 리그긴 하지만, 같은 경기장엔 러시아 리그보다 높게 평가되는 리그에서 뛰는 2명의 선수가 한국에 있었다.

1대0의 리드 속에 한국은 후반전을 맞아 3-4-3 으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전반 종반의 매서웠던 공세에 크게 당황했는지 잠그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 이 때부터 반발 심리였는지 "에이씨~" 하는 마음에 투르크메니스탄에 크게 당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 졌다. 이런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는지 투르크메니스탄은 페널티킥을 얻어 1대1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후 경기는 이렇다 할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지루한 시간만 계속 되었다. 이쯤되니 경기 결과는 어찌되든 상관없고, 빨리 끝나고 어서 스페인과 스웨덴의 유로 2008 경기가 보고 싶단 생각 뿐이었다.

나의 눈 높이를 낮추는게 빠를까. 아니면 한국 축구의 수준을 높이는게 빠를까. 앞으로도 국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제로에 수렴할 것 같다. 그나마 나았던 장면은 프리킥 찬스에서의 좋은 장면을 만들어낸 것 하나 뿐이었다.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수준 높은 경기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런 축구를 지향해야 하는 것일 텐데, 선제골만 넣으면 상대가 누구든 잠그려는 한국축구는 스스로를 팬들의 관심 밖으로 밀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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