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퍼거슨 감독의 심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든 호날두를 잡고 싶은 마음에 스위스로 날아갔지만 호날두는 만나주지도 않고, 언론에선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이 확정됐다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다. 이쯤되면 레알을 피파에 제소하겠단 소리가 괜한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감히 호날두는 팔아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맨유 입장에서 호날두는 놓치기 싫은 선수이다. 호날두가 세계에서 축구를 제일 잘한다고 말하긴 힘들어도, 가장 잘하는 선수 다섯을 꼽으라면 호날두는 어김없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최정상에 올라있다. 호날두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1골, 챔피언스리그에서 8골을 넣으며 통합 득점왕에 올랐고, 팀 역시 더블 우승으로 견인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일궈낸 호날두의 이런  페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라 보장할 수는 없다.

호나우지뉴만 봐도 그렇다. 외계인이라 불리며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 같던 포스의 현란한 개인기와 노룩 패스는 더이상 호나우지뉴에게서 찾아 볼 수 없다. 호나우지뉴는 아직 서른살도 안됐다. 물론 아직까지 여러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는 있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호날두도 이렇게 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여러번의 섹스 스캔들에서 봐왔듯 호날두도 꽤나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선수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힘들어도 내리막은 한순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설사 이번에 호날두를 잡아논다고 해도 문제이다. 호날두는 예전부터 입버릇처럼 스페인에서 뛰고 싶다고 말을 해왔다. 구체적으로 팀명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거론하면서 말이다. 즉, 언젠가는 떠날 것이 분명하다. 당장 떠나지 않더라도 매년마다 팀에선 호날두 하나에 매달려 애걸복걸 해야 할지 모른다. 어차피 언젠가는 떠날 선수라면 최고의 이적료를 받을 수 있을 때 보내는 것이 팀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다.

여러 시즌에 걸쳐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앙리가 아스날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할 때의 이적료는 고작 2천400만유로였다. 이는 같은 시기 찰튼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벤트보다 못한 금액이다. 물론 토트넘이 오바했고 바르셀로나가 싼 값에 가져온 것도 있지만, 앙리의 이름값에 비해 너무 헐값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적 직전 부상과 나이를 고려했다고 해도 너무 도매급으로 넘겨버렸다. 이처럼 선수 몸값은 언제까지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다. 호날두의 몸값이 언제까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제시한 이적료가 무려 1억유료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정도면 호날두를 대체할 만한 윙포워드와 함께, 맨유의 취약 포지션으로 지적되는 센터 포워드까지 영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호날두가 레알로 간다면 예전 박지성과 함께 아인트호벤에서 뛰었던 로벤을 데려오거나 한참 물이 오른 호빙뉴를 영입하면 좋을 듯 하다. 추가로 예전부터 노려왔던 훈텔라르나 벤제마도 영입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고메스도 나쁘지 않다. 아무튼 지난 시즌 공격수 부족으로 변형된 포메이션을 많이 선보였던 맨유의 입장에선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욕 먹을 소리 같지만 호날두가 거품일 수도 있다. 물론 현란한 드리블과 폭발적인 스피드, 탁월한 위치 선정과 강력한 슈팅, 거기다 헤딩 능력에 프리킥 능력까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런 호날두의 능력은 루니와 테베즈라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있기에 빛을 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루니는 예전에 비해 무리한 돌파나 슈팅을 자제하는 편이였고, 테베즈 역시 본래 위치를 벗어나 중앙까지 내려오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뿐만 아니라 프리킥 찬스에선 긱스와 하그리브스에게, 페널티킥은 루니와 테베즈에게 양보받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몇몇 사람들은 호날두를 양민킬러라고 까지 부른다. 말 그대로 양민 팀과의 경기에서만 활약하고, 빅4를 비롯해 강하고 타이트한 수비수가 있으면 제 활약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호날두가 애쉴리 콜만 만나면 힘을 못 쓴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엇보다 호날두는 더 이상 맨유에서 이룰 것이 없어 보인다. 리그 우승도 해봤고, 컵 대회 우승도 해봤고, 챔스 우승까지 해봤다. 득점왕은 물론이고, 2년 연속으로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었다. 팀적으로, 개인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루어냈다. 호날두의 도전적인 성격으로 봐서 프리미어리그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프리메라리가로의 이적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팀까지 '지구방위대'라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 아닌가. 긱스나 말디니처럼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뛰는 선수가 있는 반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새로운 리그와 팀을 찾아 자유롭게 이적한다. 이는 막을 수 없는 순리이기에 지금과 같은 최적의 타이밍에 이적시키는 것을 권한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