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급하기는 급한가보다. 1년간 국대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던 이운재의 사면 요청한다고 한다. 아마도 허감독의 머리 속엔 "어제 이운재만 있었어도 두골 다 막고 이겼을 텐데..." 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어제 경기에서 김용대는 큰 실책을 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선후관계를 잘 따져봐야 한다.

이운재가 있었다면 그 상황에서 실점을 막을 수 있었을지언정 그 상황을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즉, 이운재가 우선인지, 수비진 전체가 우선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단순히 어제 한경기만 놓고 본다면 이운재가 필요할지 몰라도 만약 월드컵과 그 이후를 바라본다면 수비진 정비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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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정무 감독의 오판 ⓒ 연합뉴스


어제의 실점은 김용대 이전에 수비진 전체의 문제였다. 어제 수비라인은 '이영표-곽희주-이정수-오범석'이었다. 곽희주와 이정수는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최소실점의 수원삼성 수비라인이다. 어제 그둘의 호흡은 그리 나쁜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둘의 호흡만 좋다는 것이다.

수미로 나온 김남일, 조원희나 좌우 풀백의 이영표, 오범석과의 커버 플레이는 그리 훌룡하지 못했다. 첫번째 실점에서 김남일과 조원희 오범석이 순식간에 뚫려버렸고, 곽희주가 사이드를 빠지는 사이 이정수와 이영표는 상대에게 공간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제대로 역할분담이 되지 않으면서 한순간에 오합지졸이 되버렸다. 그러면서 사이드에서 들어오는 볼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대로 볼처리를 하지 못했다. 키퍼에 앞서 수비가 걷어내던지, 키퍼가 잡아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김날일이 나가고 난 뒤 더 심각해졌다. 조용형은 예상과 달리 수미로 들어왔다. 앞서 김남일이 경기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봤음에도 오히려 미드필드의 구멍이 되고 말았다. 센터백 앞에서 상대를 압박하고 공격흐름을 차단하면서, 공격시 효과적인 패스를 넣어주는 역할에 충실치 못했다. 또한 양 풀백의 오래래핑으로 비운 자리는 빠르게 커버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상대의 압박에 못이겨 여러차례 뒤로 불안정한 백패스로 수비들을 불안하게 했고, 자연스레 수비수와의 간격은 멀어졌다. 두번째 실점의 빌미를 마련했다. 넓어진 공간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진 패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것이다. 동점골 이후엔 불필요한 반칙으로 공격 흐름마저 끊어버렸다. 실수없는 축구경기는 없는 법이지만, 실점 상황 이외에도 수비들끼리 좋지 못한 패스 플레이는 여러차례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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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문이 된 김용대 ⓒ sportalkorea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이운재가 있다고 해서 달리지는게 아니다. 그리고 감독의 이런 태도는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자기가 꾸린 선수단 안에서 최선의 결과의 뽑아내야지 징계중인 선수를 언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만약 다음 경기에 조원희가 실수하면 김상식의 사면요청을 할 텐가? 박주영의 경기력이 떨어지면 다음은 이동국인가?

프로팀이 단순히 단기적 성적만 보고 선수가 필요해서 사들이는 경우라면 몰라도 국가대표 선수단을 꾸려감에 있어서 징계중인 선수를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선수단 전체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부상 중이긴 하지만 정성룡도 있고, 김영광도 있다. 그리고 한번 더 김용대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불필요한 언행이 선수들을 더 주눅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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